크리스마스 맞은 대형마트, 부모와 아이로 '북적'
진열대엔 10만원 변신로봇부터 57만원 레고까지
같은 장난감인데 종류는 수십가지
전문가 "비싸게 사는 것보다 장난감 대여소 활용해야"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장난감이 워낙 비싸다 보니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앞으로 아이가 크면 어떤 선물을 해야 할 지 벌써 걱정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21일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 2살 조카 선물을 고르기 위해 마트를 찾은 김도형(29)씨는 장난감 코너에서 고민에 빠졌다. 비싼 가격 때문에 선뜻 장난감을 고르기 어려운 탓이다. 김씨는 “2만원 밑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더 써야 할 것 같다”며 “2살 아이 장난감도 이렇게 부담스러운 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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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성동구 한 대형마트는 장난감을 고르기 위해 찾은 부모와 아이들로 북적였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12.24. sun90@newspim.com |
크리스마스를 맞아 들뜬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장난감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 장난감은 비싸고, 종류도 많아 ‘등골 브레이커’가 따로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아이들 기가 죽을까봐 안 사줄 수도 없다”며 카트에 장난감을 실었다.
이날 방문한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는 선물을 고르는 부모와 아이들로 북적였다. 곳곳에선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가 부모의 허용범위를 초과하는 가격의 장난감을 골랐기 때문이다. 부모는 “이번엔 이걸로 하자”며 다른 장난감 권유하거나, “집에도 비슷한 게 있다”며 아이를 타이르기도 했다.
3명의 자녀를 둔 박진문(42)씨는 이러한 상황을 막고자 초등학교 고학년인 큰딸과 함께 마트를 찾았다. 박씨는 “큰딸과 달리 둘째, 막내는 여전히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쓴다”며 “1인당 3만원~4만원의 가격대를 생각하고 왔는데, 역시 비싸다. 확실히 인터넷에서 사는 게 더 싸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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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장난감 코너에 크리스마스 행사 상품을 진열했다. 행사 상품 중 하나인 '레고 마블 슈퍼 히어로즈'의 가격은 11만9900원이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12.24. sun90@newspim.com |
실제 마트에 진열된 장난감은 고가의 상품이 많아 섣불리 고르기 어려웠다. 크리스마스 행사상품인 ‘레고 마블 슈퍼 히어로즈’는 11만9900원이었다. 레고는 2만원대부터 최고 57만원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었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상품을 향했다. 자동차 변신로봇 ‘헬로카봇’의 3단 합체 로봇도 9만9200만원에 달했다.
장난감 종류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시로 새로운 상품이 나오다 보니 아이들이 장난감을 쉽게 질려 하고 새 장난감을 사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승옥(62)씨의 손자도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최근 출시된 ‘헬로카봇’을 골랐다. 이씨는 “손자가 이번에도 헬로카봇을 사달라며 사진을 보냈다”며 “새로운 로봇이 나올 때마다 사주다 보니 벌써 10개가 넘는 로봇이 쌓였다”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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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아 대형 마트 직원도 분주했다. 직원들은 상자에서 꺼낸 장남감을 진열하는 일부터 상자 정리까지 하느라 손이 빨라졌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24. sun90@newspim.com |
마트에서 만난 직원 A씨에 따르면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베이블레이드’라는 팽이 장난감이 유행이다. 팽이 싸움을 벌이는 장난감으로, 팽이 1개와 전용 경기장으로 구성된 세트 상품은 5만원에 팔리고 있다. A씨는 “잘 나가는 장난감은 크리스마스 때 물량이 없어서 팔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는 장난감 대여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장난감을 찾지 않기 때문에 비싼 값에 사는 것보다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각 지자체에 마련된 장난감 대여소를 적극 활용한다면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장난감을 접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