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45% 치솟은 주택시장 거래 마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G2(미국과 중국) 무역 마찰에 따른 파장이 미국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다.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15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한 가운데 이른바 차이나 머니가 썰물을 이루면서 미국 시애틀의 집값이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중국 위안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예상하지 못했던 간접적인 충격이 번지는 양상이다.
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는 역외시장에서 장중 달러화에 대해 0.8% 하락하며 1달러 당 6.8824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경고에 중국 증시와 함께 위안화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하락을 용인하는 가운데 이르면 연말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 선까지 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역 마찰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가 날로 고조되는 상황에 주택시장이 한파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 투자자의 매입 열기에 최근 수년간 파죽지세로 올랐던 시애틀 집값이 탄력을 상실한 것.
자본 차익을 겨냥한 중국 투자자와 유학생 자녀를 둔 실수요자들의 공격적인 주택 투자는 시애틀 부동산 시장의 중추적인 상승 엔진으로 자리잡았다.
시애틀 중심가의 집값은 지난 2016년 8월 이후 약 2년 사이 무려 45% 치솟았다. 이 기간 주택 매수 세력 가운데 중국인의 비중은 54%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시애틀 주택 경기가 꺾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중국인의 주택 매입 비용 부담이 크게 뛴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UBS의 조나단 월러신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이 침체 리스크를 맞았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집값 상승이 꺾일 것으로 확실시된다”며 “위안화 급락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한파는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 업체 보스웨스트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에 따르면 시애틀의 노른자위 주거지인 킹 카운티의 미결 주택 매매 건수가 5월 9%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얼어 붙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투자자들이 북새통을 이루던 다운타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부동산 매매가 급감했다는 얘기다.
중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에 주력하는 콜드웰 뱅커 시애틀의 스티븐 샌더스 이사는 “1~2년 전과 같은 거래 활기가 더 이상 엿보이지 않는다”라며 “위안화 하락과 함께 중국의 자본 규제도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