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면전 달아오른 가운데 2분기 중국 투자자 10년만에 '순매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큰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매도 세력으로 탈바꿈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박이 위험 수위에 이른 사이 벌어진 일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본 유출 규제와 양국의 무역 마찰이 맞물리면서 10여년간 이어졌던 투자 열기가 냉각되는 양상이다.
맨해튼의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 [사진=블룸버그] |
24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리얼 캐피탈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12억9000만달러에 이르는 매물을 토해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투자자들이 매입한 물건은 1억2620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수 세력이 실종된 동시에 ‘팔자’가 봇물을 이룬 셈이다.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업계에는 시장 ‘큰손’이 빠져나간 데 따른 공백이 작지 않은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리얼 캐피탈의 짐 코스텔로 수석 부사장은 보고서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자산 매입을 대폭 줄이고 매각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적잖게 놀랐다”고 전했다.
HNA 그룹과 그린랜드 홀딩 그룹 등 대형 투자 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움직임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과 중국 정부의 투자 규제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안방 그룹이 맨해튼 소재 워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매각을 저울질하는 등 대기 매물이 상당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정부의 자본 유출 규제 이외에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로 인한 양국간 긴장감도 투자자들의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홍콩 소재 폴 헤이스팅의 데이비드 블루멘펠드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치권 난기류가 부동산 시장을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지난 18개월에 걸쳐 정체 현상을 보였고,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상승 사이클이 정점을 찍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가뜩이나 상승 모멘텀이 꺾인 시장에 중국 투자 자금의 썰물은 투자자들을 크게 긴장시키는 악재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빼는 중국 투자자가 없지 않았지만 2분기에 나타난 움직임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 투자자들이 가격을 떨어뜨리며 공격적인 ‘출구전략’을 동원할 경우 시장 전반에 한파가 번지는 한편 자금을 집행한 은행권도 간접적인 피해를 볼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