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거래 규모 200억달러, 2007년 이후 최고치 기록할 전망..월가 긴장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10년 전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와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위기를 일으킨 도화선이 됐던 상업용 부동산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맨해튼의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 [사진=블룸버그] |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 관련 증권의 거래가 급증, 올 연말까지 두 배 급증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종적을 감췄던 CLO가 몸집을 불리자 업계는 불안하다는 표정이다.
3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CLO 거래액이 2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경우 거래 규모가 지난해보다 두 배 급증하는 동시에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셈이 된다.
구조화 증권상품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전통적인 은행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에 실격 상태인 부동산 개발 업체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상황이다.
은행과 자본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부실 업체들의 다가구 주택과 오피스 빌딩, 쇼핑몰 등 건축 현장으로 CLO 자금이 밀려들면서 월가에 논란이 후끈 달아올랐다.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관련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지만 10년 전 위기 당시 확인했던 것처럼 구조화 상품의 투자자 보호 조항이 미흡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디폴트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경고다.
뉴욕 소재 상업용 부동산 투자 업체인 아이젠버그 앤 코의 데이비드 아이젠버그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과거에 비해 시장 규제가 강화됐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비즈니스 특성상 잠재 리스크가 늘 자리잡고 있다”며 “관련 CLO의 유동성 유입이 비이성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블랙스톤을 포함한 업계 공룡 기업부터 론코어 캐피탈과 머니360 등 소규모 리츠(RIETs, 부동산투자신탁) 업체까지 발행 채권으로 자금이 밀물을 이루면서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스프레드가 하락하는 상황은 과거 위기 이전과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또 과도한 레버리지 역시 자본 비율을 떨어뜨려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 시 디폴트 위험을 높이는 요인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 부동산 업계의 노른자위 시장으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의 적신호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부추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시가 100만달러 미만의 이른바 ‘서프 밀리언’ 아파트 가운데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이 지난달 3087건으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맨해튼 이외에 퀸즈와 브룩클린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아파트 재고 물량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라는 판단이다.
부동산 경기의 하강 기류는 고위험 상품에 해당하는 CLO의 부실 위험을 높이고, 이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