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레바논 내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둘러싸고 레바논 중앙정부와 헤즈볼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무장 해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레바논 정부의 무장 해제 행보가 계속된다면 "종파간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들의 가장 강력한 지원 세력인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계속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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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임 하셈. [사진=로이터 뉴스핌] |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임 카셈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방송에 공개된 연설을 통해 "정부가 미국이 배후에서 지원하는 무장 해제를 강행할 경우 내전이 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셈은 "레바논 정부는 종파 공존의 협정을 위반하는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갈등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와프 살람 레바논 총리는 "카셈의 발언은 '가짜 위협'"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셈의 경고는 이달 초 레바논 내각이 군에 연말까지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하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은 지난 1975~1990년 내전을 겪은 뒤 정파간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과 군 수장은 마론파 기독교가 맡고,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가 맡고 있다.
레바논은 올해 초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2년 3개월 동안 공백이었던 대통령을 새로 선출했다. 조제프 아운 대통령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선호하는 인물이었다.
레바논 중앙정부는 병력과 무기 면에서 친이란 대리세력(proxy·프록시) 중 최고라고 평가받았던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를 추진했다. 가자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헤즈볼라가 역대 가장 취약한 상황이 되자 이 기회를 노려 헤즈볼라의 전투력을 아예 완전 제거해 버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최근 들어 이란의 은밀한 지원을 받으며 조직과 전투력을 재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이란이 대리세력의 전투력 복원을 위해 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헤즈볼라와 또 다른 친이란 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으로 가는 무기들이 예멘 정부와 시리아 정부에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셈은 지난 8일 TV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침략 하에서는 어떤 무장 해제 시간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무기 지원에 감사한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란의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만나 "적(이스라엘)에 맞선 저항 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밀착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아운 대통령은 라리자니 사무총장과 만나 "레바논은 다른 나라 내정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며 "우리 내정이 간섭당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레바논 역사에서 외세에 기대는 이들은 모두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며 "아무나 무기를 들고, 외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살람 총리도 "레바논은 어떤 형태의 내정 간섭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