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본과 중국의 외무장관회담은 큰 소득 없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탐색전으로 끝났다.
2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양국 외무장관회담은 서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관계 개선을 탐색하는 전개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28일 베이징의 댜오위다오(釣魚台) 영빈관에서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 간 왕래를 추진하는 중요성을 확인하고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조기 실현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후 리커창(李克强) 총리,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과도 회담했다. 리커창 총리에게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맞춰 방일을 요청했으며, 리 총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응했다.
28일 베이징 댜오위다오 영빈관에서 중국 리커창 총리(오른쪽)와 일본 고노 다로 외무상이 회담을 가졌다.<사진=뉴시스> |
◆ 영토·안보 관련 현안에서는 여전히 평행선
회담을 위해 양국 국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왕이 부장은 고노 외무상이 웃는 얼굴로 내민 손을 무뚝뚝한 얼굴로 맞잡았다. 왕 부장의 냉담한 표정을 눈치 챈 고노 외무상도 이내 표정을 바꿨다.
신문은 “늘어서 있는 양국 보도진의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왕 부장의 행동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 측의 신중한 자세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한중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리커창 총리의 방일,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방중,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일 등 3단계 정상 왕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고노 외무상의 방중은 그 시작이 되는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발판이라는 성격이 강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하지 못했다.
시진핑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다. 가급적 외교 일정을 잡지 않는 일요일에 리커창 총리를 비롯한 3명의 외교 수뇌부가 고노 외무상과의 회담에 응한 것도 관계 개선에 성의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양국 관계 개선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는 것에 대해 왕 부장은 ‘적극적인 태도 표명을 중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심감도 곳곳에 드러냈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중국과 대만이 한 국가에 속한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중국을 경쟁 상대가 아닌 파트너로서, 중국의 발전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봐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특히 영토 문제나 안전보장 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고노 외무상은 중국 잠수함이 센가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접속 수역에 진입했던 지난 11일 사안에 대해 언급하며 “관계 개선을 저해할 수 있는 사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이에 왕이 부장은 센가쿠 열도는 중국 영토라고 반론하며 맞서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평행선으로 마무리됐다.
북한 핵문제에서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연계에서 일치했다. 신문은 “연계를 확인하긴 했지만 대북 압력 강화를 둘러싸고는 여전히 양국 간 온도차가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