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퇴직연금 마련 '분주'…2002년 이후 처음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주요 기업의 연기금이 우량기업 채권을 쓸어담고 있다. 기업들이 퇴직 연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채권 등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 기업들의 50대 확정기여형(DB) 연기금 운용자산(지난해 기준 9417억달러(약 1032조원)) 중 41%가 채권에 투자돼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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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출처=AP/뉴시스> |
미국 기업들은 지난 2008년 이후 퇴직자들이 급증하면서 연금 수요가 증가하자, 이를 맞추기 위해 투자처를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DB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업들은 운용 실적과 무관하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들이 채권을 선호하는 이유는 위험성이 큰 주식과 달리 안정적으로 약정 이자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비중이 낮아지는 만큼 실적 변동성도 작아지기 때문에 외부 투자 수요도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 통신사 AT&T,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 식품업체 켈로그 등은 연금 부담 때문에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타격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IBM과 엑손모빌, GM 등은 최근 투자적격등급 회사채를 대거 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장기에 안정된 수익을 내야 하는 연기금의 특성상 한 번 매수한 채권을 장기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은 문제로 인식된다. 향후 장기 투자적격등급 채권이 채권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라파엘 실베이라 JP모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기업 연기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에 앞서 채권 투자 비중을 점점 확대할 것"이라며 "이는 신규 채권의 발행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