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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 포스터 [사진=CJ E&M] |
[뉴스핌=이현경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일본 드라마가 원작인 드라마가 대거 전파를 탔다. KBS 2TV ‘직장의 신’(2013) MBC ‘닥터 진’(2012)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수상한 가정부’(2013)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등이다.
하지만 2014년에는 만화와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 시청자에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재생산한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다. 원작 웹툰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드라마 ‘미생’은 방송 전만 해도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마자 시청률은 상향 곡선을 그렸고 이어 광고 완판, 최고 시청률 10.3%(20회, 유료가구기준)기록 등 그야말로 ‘미생’ 열풍이 불었다.
반면 일본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와 tvN ‘라이어 게임’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도 뒤떨어지는 등 큰 재미를 못봤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전체(16부) 평균 시청률 5.9%(전국기준, 닐슨코리아)였고 ‘라이어 게임’은 최고 시청률 1.95%(유료가구기준, 닐슨코리아), 평균 시청률은 0.96%였다.
또 현재 케이블 채널 OCN에서 방영중인 ‘닥터 프로스트’는 이종범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나 원작의 명성과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고 있다. 시작은 시청률 1.8%(전국 유료가구 기준, 닐슨코리아)로 나쁘지 않았으나 회가 거듭될수록 하락세를 보였고 최근 방영한 5회의 시청률은 0.8%였다.
만화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줄을 이어 선을 보였지만 성적은 제 각각이다. 원작을 둔 드라마의 흥과 망, 이유는 무엇일까?
■각색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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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 캐릭터 포스터 [사진=CJ E&M] |
‘미생’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각색이다. 웹툰에서 드라마로 옮겨오면서 원작의 캐릭터, 이야기 구조를 다양하게 바꿨다. 원작에서 오차장은 술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성민 표 오상식은 술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또 원작에서는 철두철미한 성격 때문에 선배들도 무시할 수 없었던 안영이(강소라)를 드라마에서는 상사의 허드렛일까지 해야하는 안영이의 모습을 더해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게 했다.
또한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는 원작에는 없는 새롭게 각색한 부분에서 탄생해 눈길을 끌었다. 정윤정 작가는 드라마 속 흔한 남녀 로맨스가 아닌 오차장과 장그래(임시완)의 브로맨스를 밀었다고 했다. 이 결과 오차장이 장그래에게 힘을 준 ‘우리애라고 불렀다’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렸고 엘리트 사원 장백기(강하늘)를 차갑게 가르치면서도 퇴근길에는 항상 ‘내일 봅시다’라고 말하는 강대리(오민석)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가슴을 찡하게 했다. 이 같이 원작의 팬들을 챙기면서 원작과 다른 구성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반면 ‘내일도 칸타빌레’는 한국의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 각색으로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했고 일본에서 이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재탄생된 ‘노다메 칸타빌레’의 리메이크 작인 ‘내일도 칸타빌레’는 보는 사람마저 몸 둘 바를 모르게 할 정도로 일본 특유의 말랑한 분위기가 극의 집중을 방해했다.
원작 속 노다메 역인 ‘내일도 칸타빌레’ 속 내일 역의 심은경의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원작에서는 저능아이나 음악적으로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노다메가 사랑스럽게 표현됐지만 한국 작품에서는 그렇게 느낄만한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시청자와 공감 코드 ‘휴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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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칸타빌레` 주원, `라이어 게임` 이상윤, `닥터 프로스트` 송창의 [사진=KBS, CJ E&M] |
드라마 ‘미생’이 제작되기 전 정윤정 작가와 김원석 감독이 함께 추구했던 방향은 ‘직장인들의 드라마만 할 수 없다. 직장인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자’였다. 이 때문에 보조작가 2명은 2개월간 실제 무역회사 인턴으로 일했다. 정윤정 작가에 따르면 인턴으로 투입된 보조작가들은 계속해서 회사원들의 삶을 관찰했다. 그들의 사소한 이야기, 밥 먹는 습관, 회사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풍경까지 디테일하게 기록했다. 이 같은 작업이 모여 드라마 ‘미생’은 소품부터 대사, 장면이 디테일하게 만들어졌고 넓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키가 됐다.
반면 ‘내일도 칸타빌레’와 ‘라이어 게임’ ‘닥터 프로스트’는 전지전능한 혹은 천재성에 가까운 주인공들의 등장이 휴머니즘과 대중과의 공감에서는 뒤떨어졌다. 30대 천재 심리학자 닥터 프로스트, 28세 심리학 교수 ‘라이어 게임’ 속 하우진(이상윤)과 외모, 집안, 재능까지 고루 갖춘 지휘자 차유진(주원), 그리고 이들의 옆에 계속 따라다니는 민폐녀부터 순수녀까지.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틈은 없었다.
‘미생’은 보는 이들마다 ‘내가 장그래다’라는 심정으로 봤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현실성과 공감을 모두 안았다. 여기에 직장인의 삶의 애환부터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2015년 방영 예정인 웹툰 원작 드라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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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 나` 출연 예정인 배우 현빈과 한지민 [사진=에이치이앤엠, KPJ] |
또 SBS에서는 두 작품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 후속으로 ‘하이드 지킬, 나’와 ‘냄새를 보는 소녀’이 편성됐다. ‘하이드 지킬, 나’는 한지민과 현빈의 호흡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들이 원작을 넘어서는 인기를 모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렸다.
한편 ‘미생’을 기획한 이재문 PD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계속해서 제작되는 이유에 대해 “한국 드라마의 위기다.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시청자의 기호를 아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큰 인기를 얻은 원작을 드라마를 재생산하는 게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웹툰 ‘미생’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는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적 경제박람회에서 “산업적으로도 2차 저작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순환구조에서 봤을 때 이롭다”며 “현재 많은 웹툰 작가들이 2차 작품으로 가길 원하는 상황이기는 하나 2차 생산을 바라고서 작품을 쓰면 웹툰 그 자체로서의 성공도 어려울 것이다. 콘텐츠별로 많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