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제어준칙'에 주목, 서머스 '경고'는 공화당 비판
(이어서)
◆ 과감한 완화정책 불구 달러화는 강세 보일 것
과거 사례에서 보면 비록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미국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재정수지 개선과 민간투자 확대로 장기 경제전망이 개선되어 주식 등 달러화 자산에 대한 대외수요가 증가하고, 명목금리 수준 자체가 다른 나라와 격차를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달러 강세로 상품가격이 안정되고 수입물가가 안정되면 더 오래 완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부수효과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옐런 차기 의장은 이러한 강력한 '예일 패러다임'을 적용해 완전고용이 달성될 때까지 통화정책 상의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옐런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연준의 '이중목표'를 강조하고, 특히 고용시장에서 경제활동참가율의 현저한 하락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겉보기에 비해 고용시장 여건이 형편없다고 보는 것이다.
옐런은 또 QE 정책의 회수도 느리게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장 그에 따른 비용보다 효과가 좀 더 크다는 점을 암시했다. 무엇보다 자산거품이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시장과의 의사소통을 잘 하면 비용 문제도 극복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재닛 옐런 부의장 2013년 11월 13일 연설문 |
그렇다면, 옐런 차기 의장이 중심에 놓을 '선제적 안내', 즉 단기금리 예측 조절은 어떻게 될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연준리 스탭이 제출한 '최적통제(optimal control) 준칙'에 의거한 평가 논문이 주목을 받았다.
'최적 통제'란 연준이 발표하는 자연실업률과 바람직한 인플레이션 목표(각각 5.2%~6% 및 2% 내외)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통화정책의 원칙을 말한다. 즉 연준의 이중 책무에 각각 가중치를 두어 정책을 도출한다는 개념이다.
연준 스탭들은 보고서에서 이른바 '에반스준칙'에서 제시한 실업률 6.5%를 6% 이하, 약 5.5%까지 낮추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며, 2015년 말까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현재 정책에 따른 최적 통제 분석을 해 본 결과 이보다는 2017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옐런은 앞서 지난 2012년 11월 연설에서 기본 정책 경로 예상 외에 '테일러준칙'과 '최적통제 준칙'을 각각 적용한 분석을 소개하면서 많은 성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으로 최적제어 준칙이 도입된다면 미국 정책금리는 2015년이 아니라 더 오래 저금리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모간스탠리 보고서 |
◆ 자진 하자한 서머스의 '장기 정체' 경고, 왜?
옐런과 함께 차기 연준 의장직을 놓고 대결하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돌연 자신 후보직을 사퇴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와서 볼 때 그의 행보는 당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1기 정책에 중요하게 관여했던 서머스는 재정정책을 강조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가 연준 의장이 되면 생각보다 조기 긴축정책 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불길한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근거없음이 최근 밝혀졌다.
연준 스탭의 '최적통제 준칙' 논문이 발표되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연례 연구컨퍼런스인 제14차 자크 폴락 회의 마지막날 패널로 참석한 서머스는 10여분 정도의 짧막한 연설로 좌중을 뒤흔들었다. 그가 제시한 주제는 '장기 정체' 위험이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이미 10년 정도 장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으며, 금융 위기는 현상일 뿐 좀 더 길고 구조적인 경제적 문제의 발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대 완화(Great Moderation)'를 포함해 통화정책의 성과로 일컬어지는 시기가 사실은 '거품'을 수차례 유발하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역전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구조적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봤다. 특히 지금은 명목 금리가 제로까지 내려와 더이상 갈 곳이 없는 '제로 바운드' 상황에 있으며, 이미 자연실질금리는 마이너스 2~3% 수준인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서머스는 분명한 정책적 해답을 내놓지 않은 채 깊은 고민만 제시했는데, 그의 짧은 발표는 몇 주 동안 큰 울림을 낳았다. 단순히 '일본식 장기불황'을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그런 상황이 된 지 오래되었으며, 이제는 탈출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었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은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자신이 늘 주장해오던 '유동성함정'을 멋지게 설명했다면서, 공공투자와 생산성 향상 정책이 중요하다는 얘기라고 해설을 달았다. 그러면서 의회에서 예산 공방이 잘못되었다고 공격했다.
'유동성함정' 문제는 이례적 통화정책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일부 논자들은 비록 제로금리 상황이라고 해도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을 굳이 대체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의 선진국 통화정책 당국이 완화정책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점을 비판하는 의미가 강하다. 앞서 버냉키 의장은 자산매입 정책이 재정효과 면에서 비록 적자감축 효과를 내기는 했지만, 이 매입자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가능성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신뢰가 잠식되기라도 한다면 그 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이처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사이의 긴장으로 볼 때 서머스는 분명히 통화정책이 직면한 한계나 곤란을 지적하면서 재정정책과의 조합이 필요함을 시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는 옐런의 입지를 살려주는 발언도 했다. 지금은 경기 회복을 빠르게 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옐런의 입장에 그는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거품이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거품이 더 발생하는 것이 낫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서머스의 발언은 의회, 특히 공화당을 향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옐런의 '예일 패러다임'이 장기 재정건전화를 강조하는데 공화당이 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선 것이다.그런 점에서 버냉키 뿐 아니라 서머스 역시 옐런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지의 역할을 했다고 보는 편이 올바를 것이다.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내놓기는 이르지만 우선 '옐러노믹스', 혹은 '예일 패러다임'에 주목할 때다. 버냉키가 부른 '백조의 노래'와 서머스의 '적에 대한 경고음'이 옐런 차기 의장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