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직원 모럴 헤저드 사례 잇따라
[뉴스핌=문형민 기자] "금융안정과 금융신뢰의 종결자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기세등등하게 취임사를 했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채 한달도 안돼 곤경에 빠졌다.
금감원 직원들이 금융회사에 매수돼 구속되는가 하면 자신과 연관된 금융회사나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모럴 헤저드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송구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내부기강 확립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규정이나 단속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권 원장을 더 답답하게 한다. 금감원이 잃은 신뢰와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물음표는 더 커져가는 형국이다.
◆ 전현직 직원 4명이 한 날에 구속 '충격'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25일 금감원 부산지원에 근무하던 수석조사역(3급) 최모씨를 구속했다. 또 현직 금감원 4급 선임조사역 황모(41)씨와 전 금감원 직원 조모(42)씨도 서울남부지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부산지원의 수석조사역은 개인 비리 혐의가 포착됐고, 남부지검에 구속된 황씨와 조씨는 돈을 받고 부실기업의 유상증자를 허가해 주도록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전 금감원 직원 김모(41)씨도 함께 구속기소됐다.
이들 직원의 혐의가 아직 재판에 회부돼 유ㆍ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도 금감원에는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직무 윤리가 다른 민간 금융회사보다 더욱 엄격해야하는 '금융기관의 경찰'이라는 금감원 입장에선 시장의 신뢰 문제와 직결돼 있기에 심각성은 더욱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돈의 유혹에 언제나 노출될 수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하는데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져 당혹스럽다"고 털어놨다.
◆ 눈 뜨고 불법적인 예금인출 못막아
저축은행들의 대규모 영업정지 조치 그리고 영업정지 직전 불법적인 예금인출 과정에서도 금감원은 자유로울 수 없다. 최소한 모럴 헤저드를 방치했다는 비판이다.
우선 부산저축은행 초량동 본점에서 예금 인출이 일어나던 지난 2월16일 저녁시간 금감원 파견관 3명이 같은 건물안에 있었다. 사건을 인지하고 당일 저녁 8시50분경 예금인출을 정지하라고 문서를 발송했지만 11시까지 인출은 계속됐다. 눈 뜨고 당한 셈이다.
이같은 문제의 밑바닥에는 금감원 직원들이 퇴직후 금융기관에 재취업, 로비스트로 변신한다는 것에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출신이 금융권 감사로 무혈입성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권 감사 자리는 연봉이 수억원에 달한다.
◆ 억대 연봉받고 금융사 바람막이로 변신
저축은행은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영입해 감독당국에 대처하는 바람막이로 이용했다. 2006~2010년 저축은행 감사로 옮긴 금감원 출신은 19명이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까지 합하면 103명에 이른다. 감사가 아닌 임원으로 옮기는 일도 적지 않다.
이렇게 간 금감원 출신들은 현직에 있는 후배를 통해 내부의 고급정보를 빼내고, 해당기관을 감사하려고 파견된 금감원 직원을 접대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가 불거진 부산저축은행도 영업정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을 통해 정보가 흘러나가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퇴직 전 3년 이내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17조) 기준이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퇴임을 앞둔 간부를 챙겨주기 위해 정년 4~5년전에 후선으로 인사 조치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지금은 이를 폐지했지만 낙하산 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감사 강화'라는 정책을 추진하면 업계에서는 "또 (금감원 출신) 자리 만들기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감독기관에서 쌓은 전문적 지식을 금융회사의 올바른 경영에 접목하겠다"면서 금융회사로 간 금감원 출신들의 얘기는 옹색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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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