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켄밀러의 '문하생', 흡사 父子 관계
드러켄밀러의 경제관은? 핵심 3가지
금융시장 워시 '매파' 낙인찍자 직접 변호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미국 경제 정책의 중심부에 진입했다. 그의 제자들이 미국 재무부에 이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까지 동시에 이끌게 되면서다.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모두 드러켄밀러의 '문하생'이다.
◆드러켄밀러는 누구?
드러켄밀러는 월가에서 '매크로 투자'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다. 약 30년 동안 단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드러켄밀러에 대해 "글로벌 매크로 트레이딩 영역에서 독보적 존재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 뒤"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드러켄밀러는 1992년 '파운드화 공매도'를 통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무릎을 꿇린 인물로 유명하다. 파운드화 공매도 사건은 조지 소로스의 이름으로 기록됐지만 실제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을 주도한 인물은 드러켄밀러였다. 소로스는 당시 전략 자체보다 실행 여부와 베팅 규모를 결정한 최종 승인자였다.
베선트는 당시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런던 오피스 대표로서 파운드화 공매도 전략의 핵심 분석을 제공한 또다른 인물이다. 당시 영국의 주택시장의 취약성을 분석해 드러켄밀러에게 보고했다. 드러켄밀러와 당시 호흡을 맞춰 영란은행을 무너뜨린 실무 주역이었던 셈이다.
◆"父子 같은 사제 관계"
드러켄밀러의 문하에서 수십명의 투자자가 배출됐지만 베선트와 워시와의 관계는 특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3명에 대해 마치 '부자(父子) 같은 관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베선트의 경우 드러켄밀러의 파운드화 공매도 회고 인터뷰를 보면 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함을 확인할 수 있다.
베선트와 드러켄밀러의 인연은 파운드화 공매도 사건 이후에도 지금까지 계속된다. 베선트는 드러켄밀러의 자금 지원으로 키스퀘어캐피털을 창업했고 현재는 재무장관직에 오른 상태다. 최근까지도 자주 소통하지만 주로 드러켄밀러가 시장 견해를 공유하는 형태로 성격이 달라졌다고 한다.
워시와의 관계는 2010년대부터 돈독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워시는 2006~2011년 연준 이사를 역임하다 정책 이견으로 사임한 뒤 2011년부터 듀케인 패밀리오피스 파트너로 활동해왔다. 드러켄밀러와의 교류는 특히 빈번해 하루에 10여 차례 통화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문자나 짧은 통화로 새로운 정보를 함께 소화하는 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베선트와 워시는 "드러켄밀러의 언어를 반향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공식 석상에서 자신들의 정책 견해를 밝힐 때 드러켄밀러가 평소 쓰는 용어와 논리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는 특성이 있다는 거다.
예컨대 드러켄밀러는 재정적자를 '부채 폭탄'이라 부르고 복지지출 삭감을 주장하며 조기 정책금리 인상을 주장하고는 했는데 두 제자가 대외적으로 발언할 때 이런 표현과 프레임이 그대로 묻어난다는 이야기다. 스승에게서 배운 경제관과 어휘가 제자들의 입을 통해 정책 담론으로 재생산되는 셈이다.
◆드러켄밀러 경제관은
그렇다면 제자들이 '반향'하는 드러켄밀러 경제관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는 2011년 듀케인을 패밀리오피스로 전환한 뒤 경제정책에 대한 견해를 숨기지 않았다.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재정지출 규율 강화와 인플레이션 억제, 관세 반대와 시장 논리 중시다.
첫째 재정지출 규율 강화 주장이다. 드러켄밀러는 10여년 동안 미국 재정적자를 '부채 폭탄'이라 부르며 사회보장·의료보조·의료보험 등 복지 항목의 '과잉 지출'을 맹렬히 비판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초반 당시 재정지줄 억제 방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둘째 인플레이션 억제 주장이다. 드러켄밀러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너무 늦어 인플레이션 '폭주'를 초래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드러켄밀러가 현재 시점에서도 정책금리 인상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셋째 관세 반대와 시장논리 중시다. 드러켄밀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거듭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작년 4월에는 X에 직접 게시한 글에서 "나는 10%를 초과하는 관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는 "관세는 본질적으로 [미국인이 부담하는] 소비세"라며 "외국인이 일부만 부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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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제관을 공유하는 두 제자가 이제 정책 현장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를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재무부와 연준 즉, 미국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양대 축을 드러켄밀러 문하생이 동시에 쥐게 된 것이다.
워시의 지명 소식이 나오고 금융시장은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명 발표 당일인 지난주 30일, 30년 만기와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의 격차는 1.35%포인트까지 벌어져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2년물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고 30년물 금리는 상승했다.
장기물 금리가 상승세로 반응한 이유는 워시의 일관된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론 때문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연준의 대규모 국채 매입을 지속 비판해왔다. 정점에서 약 9조달러에 달한 연준 보유 자산이 금융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을 왜곡하고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차대조표 축소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 요구해온 '장기 차입비용 인하'와 정면충돌한다. PGIM 채권 부문 공동최고투자책임자 그레그 피터스는 "대차대조표 확장에 반대하는 인물이 금리 하락을 원하는 환경에 놓였다"며 "이것이 긴장 지점이고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진 이유"라고 했다.
◆'매파 낙인' 직접 변호
금융시장이 워시를 '매파'로 낙인찍자 드러켄밀러가 직접 나섰다. 드러켄밀러는 지난주 30일 인터뷰에서 "워시를 항상 매파인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하며 "나는 그가 통화정책에서 양방향 모두를 걸어가는 것을 봐왔다"고 말했다.

드러켄밀러는 관련 인터뷰에서 2008년 당시를 예로 들었다. 워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전까지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조한 인물이다. 그러나 드러켄밀러에 따르면 당시 초기 회의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동안 결국 '금리 인하를 전면 지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시에도 마찬가지다.
드러켄밀러는 워시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처럼 유연하고 실용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데 열려있다고 했다. 즉 교조적 매파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정할 줄 아는 유연한 인물이라는 거다.
드러켄밀러는 워시의 강점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꼽았다. 워시가 스탠퍼드대에서 활동하며 쌓은 실리콘밸리 인맥이 AI의 가능성과 위험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워시가 상원 인준을 받을 경우 가장 큰 과제가 AI 촉발 성장과 인플레이션 방지 사이의 균형이라며 "지구상에서 그보다 이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을 떠올릴 수 없다"고 했다.
베선트 역시 같은 시각을 공유한 바 있다. AI가 유발하는 생산성 향상이 연준이 인플레이션 없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견해다. 스승과 두 제자가 'AI 주도 성장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한다'는 동일한 경제관을 공유하는 셈이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