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갤럭시 S26 "75% 공급 예상" 발표에
삼성은 자체 AP 엑시노스 2600 확대 노려
"엑시노스 2600 성능, 퀄컴·애플 칩 수준"
원가 절감·기술 자립 노린 삼성, 협상 시험대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와 퀄컴이 내년 2월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갤럭시 S26'의 칩셋 공급 비중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성능이 크게 향상된 자체 개발 칩 '엑시노스 2600'을 앞세워 탑재 비중을 늘리려는 가운데, 퀄컴이 전체 물량의 75%를 공급하겠다고 사실상 선언하면서다. 갤럭시 S26을 둘러싼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칩 주도권'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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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
◆퀄컴 "갤S26에 75% 가져간다"...엑시노스도 퀄컴급이라는데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회계연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갤럭시 S26 시리즈의 칩셋 비중을 약 75%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게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전량 퀄컴 칩이 탑재됐지만, S26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자체 개발 칩인 엑시노스 2600을 일부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은 내년 2월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 엑시노스 탑재를 검토 중이며, 최소 전체 물량의 25%가 엑시노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퀄컴이 이 같은 비중 조정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S25 시리즈의 모델별 판매 비중은 울트라 56%, 기본형 26%, 플러스 18%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비율을 고려하면 퀄컴이 전체 물량의 75%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울트라 모델 전량과 기본·플러스 모델의 일부에 칩을 공급해야 한다. 실제로 삼성은 울트라 모델에는 퀄컴 칩을, 기본과 플러스 모델에는 지역별로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갤럭시 S26 시리즈의 엑시노스 탑재 여부는 고객에게 제공할 경험을 기준으로 철저히 평가하고 있다"며 "현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평가가 진행 중이며, 채용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의 차세대 칩으로 꼽히는 엑시노스 2600은 최근 유출된 긱벤치(Geekbench) 성능 테스트에서 애플과 퀄컴 칩에 견줄 만한 수준을 보여 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싱글코어 4217점, 멀티코어 1만3482점을 기록했으며, 이는 갤럭시 S26에 탑재될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뛰어넘고, 애플의 노트북용 칩 M5와도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용 칩셋이 데스크톱용 칩과 맞먹는 성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엑시노스 2600의 완성도와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 회복과 스마트폰 사업의 원가 절감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엑시노스 2600이 까다로운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성능 기준을 충족했다면, 향후 탑재 비중 확대가 적극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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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사진=퀄컴] |
◆퀄컴도 물러설 수 없다…삼성과 '칩 주도권'
엑시노스 탑재가 확대될 경우 갤럭시 S26의 제조원가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모바일 AP 매입액은 7조7899억 원으로, 전년 동기(6조275억 원) 대비 2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원재료 매입액에서 모바일 AP가 차지하는 비중도 17.1%에서 19.9%로 상승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년 출시될 스마트폰의 제조 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자체 칩인 엑시노스 탑재를 늘리면, 원가 상승 요인을 완화하고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년 2월로 예정된 갤럭시 S26 공개 전까지 삼성전자와 퀄컴 간 치열한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엑시노스 2600의 성능 개선과 2나노 공정 안정화를 바탕으로 '프리미엄급 복귀'를 자신하고 있지만, 퀄컴 역시 오랜 기간 유지해온 갤럭시 시리즈 핵심 공급처 지위를 쉽게 내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애플이 자체 모뎀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스마트폰 부문 매출 축소 우려가 커진 만큼, 퀄컴은 삼성 물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반면 삼성은 반도체 자립과 원가 효율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엑시노스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결국 협상의 향방은 퀄컴이 가격과 공급 조건에서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이느냐, 그리고 엑시노스가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 어느 수준의 성능을 입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