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본부지 조사 초기 단계…전체 56%가 유물 분포지
"주요 유구 발견 시 사업 지연 불가피"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3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경기 하남 교산지구에서 고려시대 유물이 다량 출토되면서, 문화재 발굴에 따른 사업 지연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교산지구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문화재 존재 가능성이 제기돼 온 지역으로, 이번 발굴 결과로 개발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사업 부지서 문화재 대량 출토...공기 지연되나
13일 사학계와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최근 하남시 춘궁동 147번지와 천현동 102번지 일원에서 실시된 매장유산 정밀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 건물지와 기와 가마터, 토광묘 등 유물 70여 점이 확인됐다. 해당 부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3기 신도시 사업지에 포함돼 있으나, 이번 조사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발주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전력 공급을 위한 수직구(전력구) 개설 공사 중 유물을 발견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한전이 소규모 면적을 허가받아 조사한 것으로, 유물이나 토기편 출토는 현장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전문가 검토 결과 희귀한 특이 사항은 없어 '기록 보존'으로 마무리하고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록 보존은 유적의 원형을 그대로 남기는 '현지 보존'과 달리 기록을 남기고 덮은 뒤 개발이 가능한 조치다.
그럼에도 이번 유물 출토 사실이 불거지면서 다시금 하남교산의 문화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남교산 신도시에 대한 유물 조사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조사를 통해 추가적인 주요 유물이 나올 경우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남 교산지구는 전체 면적(약 631만㎡)의 56%에 달하는 361만9020㎡가 문화유적분포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LH는 이곳에 3만3000~3만4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나, 발굴 대상 면적이 여의도의 두 배가 넘어 조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하남 교산지구는 면적이 넓어 조사를 완료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LH에서 지속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곳을 백제 건국 초기 도읍지인 '하남위례성'의 유력 후보지로 보고 있다. 향후 본 발굴 과정에서 백제 왕성급 유적이나 보존 가치가 높은 중요 유구가 출토될 경우, 현지 보존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아파트 배치 계획 수정이나 지구계획 변경 등으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통상 매장문화재 조사는 지표·시굴·정밀발굴조사 단계를 거치는데, 유물이 나오면 공사가 중단되고 보존 여부를 심의한다. 이 과정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된다. 하남 교산 입주 예정 시기는 당초 2026년에서 2029년 6월 이후로 밀려난 상태다.
앞서 울산 태화강변 공공주택 건설사업은 청동기시대 유구 발견으로 착공이 3년가량 지연됐으며, 고양 창릉신도시 역시 문화재 흔적 발견으로 본청약이 연기된 바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문화재가 발굴되면 사업이 지체되더라도 철저한 보존 조치 후 개발해야 한다"며 "과거 사례처럼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신도시 개발로 문화재 보존 가치 퇴색" 지적도
학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문화재 조사가 표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하남 지역이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온 핵심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상부의 문화층이 확인되면 그 하부에 존재할 수 있는 더 오래된 시대의 유적을 확인하지 않고 조사를 종료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유적의 시대적 층위를 단절시킬 뿐만 아니라, 중요 매장 문화재를 영구히 멸실시킬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정필 세종대 명예교수는 "하남 발굴의 가장 큰 맹점은 특정 시대의 유구가 나오면 그 시대에서 발굴을 멈추고 덮어버리는 것"이라며 "고려시대 층 아래에 신라나 백제 시대의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구를 들어내더라도 바닥 층위까지 확인하는 '전면 발굴'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과거 고골초등학교 인근 부지의 사례를 언급하며, 시굴 조사 후 유구를 덮어버릴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발굴을 통해 해당 지역의 역사적 성격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하남시 고골초등학교의 운동장 부지는 시굴 조사 중 옛 건물지가 발견된 바 있다.
아울러 최 교수는 무조건적인 현장 보존만이 능사가 아니며, 시민과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문화재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택지 개발로 인해 원형 보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오히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다"면서 "문화재가 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어 시민들에게 외면받기보다는, 철저한 조사와 교육적 활용을 통해 시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유산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