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관세협상과는 무관" 선긋기
정부투자기관, 환율 목적 투자 제한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한국과 미국의 재무당국이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특히 한국보다 먼저 외환정책에 합의한 일본·스위스와는 다르게 외환시장의 '안정'(Stability) 점검과 소통을 명문화했다. 사실상 통화스와프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한국이 환율관찰국에서 빠질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1일 9시15분(미국시간 9월 30일 오후 8시15분)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재무당국간 환율 정책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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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30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구윤철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기획재정부] |
앞서 미국은 지난 4월 24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2+2 통상협의'에서 환율 분야를 통상협의 의제로 포함해 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번 환율정책 합의는 최근 진행 중인 관세협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기재부 측의 입장이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정부 투자기관'(Government Investment Vehicles)의 투자 목적을 '투자 다변화와 환율에 국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연기금의 해외 투자를 겨냥한 조항으로, 환율 자체가 투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기금 중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할 정도로 자산운용규모가 크고, 해외 투자 비중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개인과 기관을 합친 전체 국민연금 누적 투자액은 약 1318조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미관세협상 옵션 중 하나인 대미 3500억달러(약 492조원) 투자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기재부 측의 입장이다. 미국은 미국 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한국이 여기에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주장하는 SPC에 대한 투자와는 다르다는 취지다.
또 양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국한했다. 환율의 상방 또는 하방에 관계없이 양방향 모두 변동성이 클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한국에 대한 투명한 환율 정책과 이에 대한 이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월별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비공개'를 전제로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연도별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 정보는 기존 바스켓 방식에서 개별 통화로 변경해 매년 공개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 내용은 우리 정부가 현재도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 환율정책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양국이 긴밀한 소통과 신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