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외무상 방중 보도에서 입장차
中 "확고한 지지" 밝혔지만 北 함구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 때도 결 달라
"트럼프와 협상 염두에 둔 때문" 분석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과 중국이 고위급 접촉 과정에서 대만‧티베트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북러 밀착으로 소원해진 것으로 비쳐졌던 북중 간 관계회복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사안에서 각자 입장을 내세우면서 언론발표 등에서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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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났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2025.09.30 yjlee@newspim.com |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베이징을 방문한 최선희 외무상이 29일 리창 중국 국무위원 총리를 만난 사실을 30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최선희가 이 자리에서 "김정은 동지께서 얼마 전 습근평(시진핑) 총서기 동지와 뜻깊은 상봉과 회담을 진행하시고 쌍방 사이에 고위급 내왕을 활성화할 데 대한 합의를 이룩하시었다"며 "전통적인 조중 친선‧협조 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강화‧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에 대해 리창 총리가 "중조 친선을 고도로 중시하며 언제나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인 각도에서 중조 관계발전을 대하고 추동해 나가는 것은 중국의 확고부동한 대외정책"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통신은 소개했다.
하지만 이같은 보도는 하루 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내놓은 것과 적지 않은 온도차가 난다.
신화통신은 리창 총리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에 대해 조선이 항상 중국에 확고한 지지를 보내준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대목을 강조했다.
특히 최선희 외무상이 "조선은 시진핑 총서기가 제안한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 이념과 4가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대만·신장·시짱(西藏·티베트의 중국식 명칭)·홍콩 등 중국의 핵심 이익 문제에 대해 중국 측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했다.
국제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대만‧티베트 문제 등에 대해 최선희가 중국의 입장을 '확고한 지지'를 한 것으로 소개했지만 중앙통신은 이 부분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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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로이터=뉴스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를 하고 있다. 2025.09.04 wcn05002@newspim.com |
이런 모습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치러진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노출됐다.
신화통신이 당일 보도에서 김정은이 "대만‧티베트‧신장 등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지만 5일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서는 이 대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김정은이 "호혜적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함으로써 더 많은 성과를 거두자"고 강조한 대목은 북한이 필요한 식량이나 원유‧생필품 등의 확보를 노린 포석일 수 있어 관심을 모았지만 중국 측 보도에서는 빠졌다.
6년 여 만에 만난 김정은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에서 양측이 북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민감하거나 핵심적인 사안에서는 입장 차이가 나타났고 이번 최선희의 방중 과정에서도 여전했다는 얘기다.
최선희는 28일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 외교장관 회담을 했는데, 이를 두고도 북중 양측은 엇박자를 냈다.
신화통신은 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일방주의와 강권정치를 함께 배격한다"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북중 양측의 불편한 기류를 부각시키려 했지만 북한은 이 대목을 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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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장관이 28일 베이징에서 만나 산책을 하고 있다. 이날 두 외교장관은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사진=중국외교부] 2025.09.28 ys1744@newspim.com |
북한은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의견교환이 있었으며 완전한 견해일치를 봤다"고 강조했지만 신화통신은 이런 표현 대신 "쌍방은 공동 관심 사안들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북러 밀착을 관망해온 데 따른 불편함이 있을 수 있고, 북한은 향후 트럼프-김정은 간 정상회담이나 북미 협상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만 문제 등에 대해 말이나 대외입장 표명을 아껴야 하는 형편일 것"이라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