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토니 블레어(72) 전 영국 총리가 가자전쟁 종식 후 현지에 설립이 논의되고 있는 과도 행정기구의 수장을 맡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방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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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26일(현지 시간)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가 '가자 국제 과도 행정기구(GITA)'라는 일종의 신탁통치 기관을 이끄는 방안이 미국을 중심으로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가 GITA 수장을 맡아 5년 동안 가자지구를 이끌다가 이후 팔레스타인 정부에 통치권을 반환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GITA는 가자지구를 통치할 최고의 정치적·법적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의 승인도 받을 계획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블레어 전 총리가 GITA의 수장으로 추천되었다"고 보도했다. 블레어의 잠재적 역할에 대한 논의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한 관계자는 "미국이 그가 가자지구의 과도기적 조치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 측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블레어 전 총리는 그 동안 전후 가자지구 통치와 관련된 논의에 적극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측근들과 대책을 상의했다고 한다. 당시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는 "회의에서 다룬 내용이 매우 포괄적"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BBC는 "(GITA 설립 방안은) 동티모르와 코소보의 국가 전환을 관리했던 국제 행정 기구를 모델로 했다"며 "초기에는 가자 남쪽 국경 인근의 이집트에 기반을 두고, 안정이 확보되면 다국적군과 함께 가자 내부로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과 아랍 국가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국제 신탁통치 개념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과도기 정부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소외시키고 가자 주민들에게는 정통성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레어는 지난 1997~2007년 영국의 73대 총리로 재직했다. 노동당 소속이면서 '제3의 길'이라는 중도 노선을 표방해 1997년 총선에서 43.2%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659석 중 418석을 휩쓸었다.
그는 2007년 퇴임 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유엔 등으로 구성된 국제중재기구(쿼텟)의 중동 특사로 활동하며 팔레스타인의 경제 개발과 두 국가 해법 추진을 위한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