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은 희귀, 리스크 감수는 무서워"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유재선 인턴기자 = # 지난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남친 사귀고 싶어서 번따 성지 교보문고 다녀옴'이라는 제목을 단 짧은 영상인 '숏폼' 올라왔다. 한 여성이 주말 오후 교보문고에 가서 '번따'(이성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것)가 특히 잘 이뤄진다는 재테크 도서 코너를 서성이는 내용이다. 해당 숏폼 조회수는 12일 기준 145만회를 넘었다.
# 지난 2월 28일 '떠오르는 헌팅 명소 교보문고 후기' 제목으로 한 여성이 올린 숏폼도 조회수가 25만회를 육박했다. 이 숏폼에선 여성이 1시간 동안 교보문고 안을 돌아다녔으나 별다른 '수확' 없이 헌팅 체험을 마무리했다.
마음에 드는 이성 연락처를 길거리에서 물어보는 속칭 '헌팅', '번따'가 '교보문고 헌팅밈' 유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 헌팅' 숏폼은 SNS에서 수십만 조회를 기록한다. 돈은 없고 연애는 해야 하는데 취미 등 문화생활이 맞은 이성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점인 교보문고로 가게 된다는 해석이다.

12일 교보문고 일대를 돌며 취재한 결과 2030대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자만추)' 어려움과 괜찮은 사람 만날 가능성 등이 '교보문고 헌팅밈' 숏폼 콘텐츠 유행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 "책보는 이성 괜찮지 않을까" 기대감
대학생인 박모 씨(여·22)는 교보문고 헌팅밈 현상을 두고 "과거에는 이성을 만나는 장소가 기존에는 유흥 쪽으로 집중됐는데 지금은 사람의 외모뿐만 아니라 지적인 수준이나 취미생활 등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연애는 자만추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야 사람을 만나니 교보문고가 그런 장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사람 만나는 장소가 한정돼 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오모 씨(남·24)는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발달하는 것 같다"며 "서점에 오는 이성이 자기관리를 많이 할 거라는 생각에 헌팅밈이 유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모 씨(남·26)는 "20대 중반 이후 직장인이 되면 만나는 사람도 직장인으로 한정되며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게 되는 것 같다"며 "거주 지역, 직장, 연봉 등 현실조건을 따지게 된다"고 했다.
교모문고 헌팅은 20대 뿐 아니라 30대도 관심을 갖는다.
사업가 김모 씨(남·38)는 "30대 후반 입장에서 아무래도 이성 만나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다"며 "소개팅은 지인이 얽혀 있어 부담이 있는데 교보문고는 더 가볍게 들어갈 수 있어서 그러지 않겠냐"라고 추측했다. 이어 김씨는 "뉴스나 유튜브 등으로 이상한 이성들의 사례 많이 접하다 보니까 조금이나마 괜찮은 사람을 찾으려고 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서점에 굳이 헌팅해야 하나 시각도
교보문고 헌팅 문화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서점에 와서까지 헌팅을 해야 하는 지적이다.
대학생 허모 씨(여·22)는 헌팅밈 질문에 눈쌀을 찌푸리며 "굳이 여기까지 와서 그러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교보에서 번따를 많이 한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본 적이 없고 이상한 일을 겪을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다"고 불만을 토했다.

일부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이 작용해 교보문고 헌팅이 유행한다는 분석도 있다.
결혼정보회사 지노블 권민정 부대표(유튜브 채널 '척언니' 운영자)는 "이성을 만나는 장소가 중요하다"며 "여성은 변호사를 만나고 싶으면 교대역 인근 고급바에 가기도 하고 특정 대기업 주변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권 부대표는 "남성들은 대개 (장소 구분 없이) 다 만나지만 서점 헌팅은 책 읽는 여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외모·학력·직장·연봉·자산이 완벽한 스펙을 가진 사람을 찾기 보다는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주는 사람을 찾는 게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