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대교 설계팀 리더 "현대건설 압구정2구역, 우리와 무관"
천재 설계사 '韓 첫 주거사업' 두고 설왕설래…일각에선 "현대건설 해명 필요"
현대건설 "스튜디오 내 다른 파트너 그룹과 협업" 해명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현대건설이 서울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 설계사 '헤더윅 스튜디오'의 참여 진위를 두고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대교 조합에 "압구정2구역 프로젝트는 우리 스튜디오와 관련이 없다"라고 답신을 보낸 이는 헤더윅 스튜디오에서 여의도 대교 설계팀 리더를 맡은 스튜어트 우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대건설은 협업 진위 논란이 업계 내에서 불거지자 헤더윅 스튜디오의 6개 파트너 그룹 중 하나와 협업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 여의도 대교 설계팀 리더 "현대건설 압구정2구역, 우리와 무관"
16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여의도 대교 조합이 최근 조합원들에게 "압구정2구역에서 제시된 제안은 헤더윅 스튜디오의 작업이 아니며, 해당 이미지는 다른 주체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이해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한 가운데, 그 근거로 제시된 헤더윅 스튜디오의 답신은 스튜어트 우드(Stuart Wood) 해더윅 스튜디오 총괄 파트너 및 그룹 리더(Executive Partner & Group Leader)가 보낸 이메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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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스튜어트 우드(Stuart Wood) 해더윅 스튜디오 총괄 파트너 및 그룹 리더가 여의도 대교 조합 측에 보낸 회신 내용. 스튜어트 우드의 이름과 사명, 전화번호 등이 기재돼 있다. [출처=여의도 대교 조합] 2025.09.15 dosong@newspim.com |
입수된 내용에 따르면 스튜어트 우드는 여의도 대교 측의 질의에 "우리 스튜디오는 현재까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어떠한 디자인 작업도 진행한 바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며 "해당 이미지들은 우리 작업물이 아니며, 우리의 기준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제시된 창작물은 다른 관계자들이 노력한 결과물"이라며 "그 작업이 어떻게 또는 언제 이루어졌는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해 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대교 조합은 이를 근거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헤더윅 스튜디오와 공식적으로 전면적인 설계 협업을 진행하는 주거 재건축 프로젝트는 여의도 대교가 유일하다"고 조합원들에게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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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여의도 대교 조합에 전한 개인 메시지 동영상에 나온 토머스 헤더윅(위쪽)과 스튜어트 우드(아래쪽) [출처=여의도 대교 조합] 2025.09.15 dosong@newspim.com |
스튜어트 우드는 헤더윅 스튜디오에 23년 넘게 재직한 인물로, 앞서 설립자인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직접 여의도 대교 프로젝트의 리더로 소개하기도 했다. 여의도 대교 조합에 전한 개인 메시지 동영상에서 토마스 헤더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저와 협력할 프로젝트 리더는 제 스튜디오에서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스튜어트 우드"라고 소개했다.
이어 스튜어트 우드는 "저는 미국 뉴욕, 캐나다, 영국, 싱가포르에서 주거용 건물을 설계해봤지만, 한국, 서울에서 사람들을 위한 주택과 집을 설계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매우 기대되는 기회"라고 말했다.
◆ 천재 설계사 '韓 첫 주거사업' 두고 설왕설래…일각에선 "현대건설 해명 필요"
이러한 공지가 나온 배경에는 최근 현대건설이 홍보 과정에서 압구정2구역 재건축에 토마스 헤더윅을 비롯한 글로벌 전문가들이 참여한다고 밝히고, 입찰 제안서 'OWN THE 100'에서도 토마스 헤더윅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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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헤더윅은 영국 왕실 산업 디자이너로 지정된 유명 건축사로, 이른바 천재 설계사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그는 이달 26일부터 11월 18일까지 열리는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그가 1994년 설립한 회사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성화대를 비롯해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구글 런던 본사, 싱가포르 창이공항 제5터널, 중국 하이난 공연예술센터 등을 맡았다. 또한 한국에서는 서울의 ▲노들섬 ▲한화 갤러리아 쇼핑몰 ▲코엑스 컨벤션 센터의 재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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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지난 7월 헤더윅 스튜디오가 여의도 대교 조합의 설계사로 선정될 당시 토마스 헤더윅은 "이것은 저희의 한국 내 첫 주거 프로젝트가 될 것이며, 저희 스튜디오 전체는 첫 스케치부터 현장에서 마지막 디테일이 완성되는 날까지 조합과 함께하기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헤더윅 스튜디오 홈페이지] 2025.09.15 dosong@newspim.com |
헤더윅 스튜디오가 여의도 대교 조합의 설계사로 선정될 당시 해당 사업이 '한국 내 첫 주거 프로젝트'라고 밝혔던 만큼 이달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압구정2구역 사업에 토마스 헤더윅이 참여한다는 소식에 조합원들 사이에서 진위 논란이 일었고, 여의도 대교 조합 사무실에도 사실 확인을 요청이 이어졌다는 것이 조합 측 설명이다.
결국 여의도 대교 조합이 스튜어트 우드의 회신을 공개하면서 "현대건설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 현대건설 "스튜디오 내 다른 파트너 그룹과 협업" 해명…헤더윅 내부 운영구조 문제?
이달 말 압구정2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설계사 참여 진위 논란에 휘말린 현대건설은 난처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헤더윅 스튜디오와의 협업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건설은 조합이 공지한 내용에 인용된 헤더윅 스튜디오 측의 답변은 대교 조합을 담당하는 파트너 그룹 차원에서 회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총 6개 파트너 그룹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이며, 압구정2구역과 여의도 대교는 각기 다른 파트너 그룹이 전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2구역은 헤더윅 스튜디오와 입찰 준비 시점부터 협업 중이었으며, 담당 그룹 리더와 수석 디자이너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더윅 스튜디오와 협업한 대안 설계를 사업시행인가와 실시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우리 조합은 현대건설의 계약에 어떤 문제 제기도 한 바 없으며 관심도 없다"며 "다만 압구정 제안서에 대해 조합원들이 의문을 던져 헤더윅 스튜디오에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설계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파트가 달라도 디자인을 한 적은 없으며, 다른 파트 역시 참여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