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베이징 국빈방문은 약 8년 만의 한국 대통령 방중이자 2026년 첫 정상외교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념보다 생계(경제)를, 대결보다 협력을 선택한 현실주의 외교"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제는 연결하고, 안보는 관리하며, 민생은 살리는 이것이 한국이 미중 패권 시대에 살아남는 외교의 핵심 전략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
양국은 14건의 양해각서와 석사자상 기증 증서를 체결하며 관계 전면 복원을 선언했다. 그러나 양국 발표문을 면밀히 분석하면, 한국이 실질적 성과를 거둔 동시에 상당한 전략적 부담을 떠안았음이 드러난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중 하나는 상무협력대화의 제도화다. 비정기 회의를 장관급 정례협의체로 격상함으로써 미중 갈등 속 대중(對中) 무역 1,200억 달러를 예측 가능하게 관리할 안전판을 확보했다. 문화·콘텐츠 교류의 점진적 확대 합의는 8째 막힌 한한령 해소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눈에 띄는 성과 하나는 수산물 전면 개방이다. 냉장 병어를 포함한 자연산 수산물 전 품목의 대중 수출이 허용되면서 10년 숙원이 해결됐다. 세계 최대 수산물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확대는 어업인과 수산업계에 즉각적인 소득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서해 문제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국 정부는 서해 구조물과 불법조업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격상시켜 중국의 협력 약속을 받아냈다. 중국 발표문에선 이 내용이 완전히 누락됐는데, 이는 서해문제에 있어 중국이 방어적 입장에 놓였음을 방증한다.
아쉬운 점도 없지않다. 한국의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 의지 확인"이라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 구체적인 대북 제재 이행이나 북중 경제협력 제한 약속은 없었다. 중국 발표문에서 북핵이 완전히 빠진 것은 중국이 이 문제에서 여전히 책임 회피 의지를 보인다는 증거다.
다소 우려스러운 것은 전략적 압박이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는 메시지는 사실상 미중 갈등에서 한국의 선택을 압박하는 것이다. 한국 발표문에서 이 표현이 누락된 것은 우리 정부도 부담을 느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중국 발표문에 명시된 이상 국제상의 기록이 됐고, 향후 대만 문제나 기술 동맹 등에서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의 중국 견지"라는 명확한 표현도 양날의 검이다. 이전 정부의 모호한 표현보다 훨씬 강한 입장 표명은 대만해협 위기 시 한국의 전략적 선택 여지를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항일 역사 공유 강조는 중국이 한일 협력을 견제하는 의도가 담겼고, 실제로 1월 15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이번 회담은 "중국은 명분을, 한국은 실리를" 챙긴 외교였다. 수산물·서해·상무협력대화 등 즉각 체감 가능한 경제 성과는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 진전 부재와 '역사의 올바른 편' 같은 중국의 대한국 전략적 압박은 장기적으로 한국 외교의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시대, 대중관계는 실리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은 실리는 챙기지만 이번 회담에서 받은 전략적 부담을 어떻게 관리해나가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와 균형 외교의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다.
전병서는...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와 IT애널리스트로 17년간 재직했고,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냈다. 이후 19년간 중국경제와 금융을 연구 하고 있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중국100년의 꿈 한국10년의 부", "기술패권시대의 대중국혁신전략", "한국반도체 슈퍼乙 전략" , "차이나 퍼즐"등의 저서가 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