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특검법' 통과에도 여당 내 갈등 여진
"재협상 지시" 톤 수위 조절 못한 당대표
당내 의원들과 '소통 부족' 원내대표단
SNS로 원내대표 공개 저격한 최고위원들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을 파기하는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청래 당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입장 차이뿐 아니라 당내 소통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13일 민주당에 따르면 정 대표가 지난 11일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 특검법 수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재협상 지시'를 내리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했다. 사실상 국민의힘과 협상 주체였던 김 원내대표에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사전에 협의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여당 투톱'간 갈등이 일차적으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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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2025.09.08 pangbin@newspim.com |
정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특검법 번복'으로 당내가 시끌해진 데 대해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추가 진실공방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애초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를 공개 면박 주는 듯한 발언은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정 대표의 재협상 지시 발언은 아쉬웠다"며 "그런 워딩 말고 협상안 고사 정도의 톤으로 말하면서 원내대표의 위신을 세워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은 "정 대표가 비겁했다"고 표현했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의 이같은 발언으로 김 원내대표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여당 투톱 리스크'가 본격화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며 격분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측은 거듭 사전에 당대표와 최고위원, 법사위 소속 의원 등과 긴밀히 협의한 후 나온 협상안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보고받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보고했다" 취지로 양측 입장이 엇갈린 데는 결국 긴밀한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특검법에 관여했던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에) 디테일한 보고가 없었던 걸로 안다"며 "(제게도) 협상안에 대한 디테일을 얘기해줘야 하는데 뭘 가지고 협상하는지 얘기를 안 해줘서 몰랐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와 관련해 원내 소통을 책임지는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의원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최초 합의안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추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법사위는 당일 저녁 7시 40분까지 각종 법안에 관해 격론이 오가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원내 합의에 신경을 쓸 여지가 전혀 없었다"며 "이미 소위에서도 거듭된 점검과 숙고를 거쳤던 법인데 무엇때문에 돌아서자마자 서둘러 합의에 동의할 리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 사전 보고 동의 논란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인 전현희 최고위원과 한준호 최고위원도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과 합의한 안에 대해 몰랐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전 최고위원은 "3대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은 특검 수사인력 확대와 기간연장"이라고 했고, 한 최고위원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 많은 의혹을 짧은 기한 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고해 달라"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12일 BBS 라디오에서 "특검법을 양보해 가면서까지 정부조직법을 관철하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협상할 때 지도부든 의원들이든 핑계를 대서 시간을 끄는 방법 등도 있는데 그분(원내대표)이 국가정보원 출신이라 굉장히 스트릭트(strict, 엄격한)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당 지도부 경우에는 원내대표 측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SNS(소셜미디어)로 공개 저격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원내대표하고 최고위원들 간 갈등이 심각해지는 것"이라며 "SNS로 적은 건 원내대표가 굉장히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국민의힘과 최초 합의했던 특검법은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수사인력 증원을 최대 10명까지로 최소화하며 ▲수사기간 종료로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한 뒤에도 특검이 계속 지휘하도록 한 내용은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내용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과 당원들 사이에서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며 반발이 빗발쳤다. 이후 지난 11일 의원총회를 거쳐 합의안을 파기한 내용의 최종안을 도출했고,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통과된 '더 센 특검법'은 ▲파견 검사가 60명인 내란 특검과 40명인 김건희 특검은 각각 70명으로, 해병대원 특검은 기존 20명에서 30명으로 늘리고 ▲기간 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2회에 걸쳐 각 30일씩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ycy148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