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기대출잔액 247.2조 역대 최대
고정이하여신, 연체율 등 부실지표 상승
위기대응 요구에도 정부 배당 확대 조짐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작년 기획재정부의 IBK기업은행 배당규모가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망치를 감안하면 최근 4년간 1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돈이 정부로 간다. 특히 고정이하여신 및 연체율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대손충당금은 오히려 대폭 줄여 배당금 확대로 세수부족을 해소하려는 사전작업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속적인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이 같은 자금유출이 리스크 관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기업은행 노조 또한 기재부 배당확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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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5.02.11 peterbreak22@newspim.com |
하나증권은 11일 기업은행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말 배당수익률이 연말 종가 기준 7.3%로 은행주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추산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업은행의 작년 4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33%로 나타났는데 CET1 비율 12% 미만에서는 배당성향을 35% 이내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고려, 별도 순이익 기준 34.5%로 가정할 때 1주당 1040원의 배당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배당금은 59.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와 오는 25~26일 협의를 거친 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권 전망치인 1040원이 확정될 경우 기재부의 올해 기업은행 배당금 추산치는 4900억원을 넘어선다.
기재부가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아간 배당금은 2021년 3701억원, 2022년 4555억원, 2023년 4668억원 등 지난 3년간 1조1431억원에 달한다. 작년 추산치를 더하면 4년동안 1조7800억원 넘는 수익을 가져가는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지난해 대손충당금 규모를 대폭 줄여 기재부 배당을 늘리기 위한 사전조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업은행 대손충당금은 2021년 9564억원에서 2022년 1조4853억원으로 급증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중소기업 부실 우려가 커지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2023년에는 2조576억원까지 대손충당금을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000억원 이상 줄어든 1조5038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 0.85%였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1.32%까지 증가하고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2021년 0.28%에서 작년에는 3배 가까이 늘어난 0.79%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은 올해도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중기대출 확대와 함께 고정이하여신과 연체율도 추가적인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기재부 배당 확대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은행 내부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노조는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창립 후 첫 단독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전체 직원 1만3000여명 중 9500명이 가입한 노조는 95%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한바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연봉인상과 보상휴가 현금 지급, 직급수당 증액 등을 위해서는 기재부 및 금융위 승인이 필요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가 다시 막대한 배당금을 가져갈 경우 노조와의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확보한 대손충당금이 위기대응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판단으로 지난해 규모를 줄인 것으로 기재부 배당을 늘리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며 "중기대출 확대에 따른 건전성 관리 우려에 충분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