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환대를 받고 귀국했지만, 한국에서는 상반된 분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29일(현지시각) NYT는 윤 대통령이 받은 환대가 국빈 방문 성과의 척도라면 성공적이라고 하겠지만 귀국길에 오른 윤 대통령은 더 냉랭한 자국민들을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매체는 대통령실이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꼽고 있는 '워싱턴 선언'을 두고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한국 내 북한 및 외교 전문가의 반응을 소개했다.
지난 4월 26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 선언'에는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신설을 비롯해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 핵 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 포함됐다.
특히 신설되는 NCG는 1년에 4차례 정기 회의를 개최하며 회의 결과는 양국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으로, 미국의 한반도 관련 핵대응 의사결정 과정에 한국의 관여도를 늘리고 양국 간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는 게 양측 정부 평가다.
이를 두고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NYT에 "역사는 윤석열 정부를 한국 정부 최초로 북핵을 시급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정부로 기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두연 미국 신안보센터(CNAS) 연구원 역시 "한국이 그 동안 워싱턴과 논의할 수 없었던 핵 억제력에 관해 처음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됐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워싱턴 선언'은 한국에는 "큰 승리"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뿐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지시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면서 "여태 미국이 (핵무기 사용 정보가) 기밀이라며 공유를 꺼렸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매체는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이 실질적으로 얻는 이득이 적은 반면 '독자 핵개발' 주장에는 쐐기가 박혔다며 잃은 게 더 많다는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워싱턴 선언'이 실질적이고 환상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빈 껍데기"라며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NYT는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가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북한에 또 다른 핵무기 확장 구실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면서, '워싱턴 선언'이 '억제력 확장'이 아닌 '위기의 확장'이라는 김 교수의 발언도 덧붙였다.
매체는 또 일자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이번 '워싱턴 선언'의 성과는 미흡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젊은이들은 (윤 대통령이 부른) '아메리칸 파이' 가사는 몰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안다"고 지적한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 발언도 전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