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단지 앉아 있었을 뿐 물리적 영향력 행사 없어…무죄"
대법 "인명 피해 상황 조성…피해자 자유의사 제압하기 충분"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공사 현장 주출입구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피켓 시위를 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 행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이 사건 공사 현장 주출입구 앞에 앉은 채로 레미콘 차량 등 공사 차량의 출입을 가로막은 행위는 차량이 그대로 진행할 경우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큰 상황을 조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 현장 출입이 가로막힌 레미콘 차량이 소속된 피해자 ㈜한라와 공사 현장에서 실제 공사를 수행하던 레미콘 업체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여러 명의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공사 방해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주변에 머물렀다고 해서 달리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지난 2013년 4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공사 현장 주출입구 앞에서 '해군의 불법공사는 현행법위반이다', '경찰은 해군을 체포하라' 등 기재된 피켓을 들고 의자에 앉아 버티는 방법으로 공사 차량들이 공사 현장을 드나들지 못하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급심 재판부는 공사 방해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그 주변에 머무른 것을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2심은 "피고인은 공사 현장 출입구 앞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을 뿐 직접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거나 공사 차량에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고인 주변에는 많은 수의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공사가 방해되지 않도록 대기하고 있었다"며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위력 행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대법은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이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한편 A 씨와 마찬가지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공사 현장에서 시위 행위를 한 천주교 수사 B 씨도 대법원으로부터 업무방해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B 씨는 2014년 2월 5일과 12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에 반대하며 공사 현장 출입구 중앙에 일렬로 의자를 놓고 버티는 방법으로 공사 차량 통행을 가로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B 씨의 행위만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B 씨가 2015년 공사 부지에 몽골천막, 드럼통 난로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해군 관사 신축을 저지하고 국방부 장관의 자진 철거 명령에 불응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씨 사건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B 씨의 업무방해 행위가 유죄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제주지방법원에 파기·환송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