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조로 10~15% 부과 뒤 301조로 맞춤형 고율 관세 검토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새로 도입한 10% 글로벌 관세를 토대로 일부 국가의 관세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국가가 내수 규모를 초과해 생산 시설을 비정상적으로 확장하고 저가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는 소위 '과잉 생산(Excess Industrial Capacity)'을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제조 강국들이 향후 고율 관세의 잠재적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5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Fox Busines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일부 국가의 관세를 15%로 올릴 계획"이라며 "그 이후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더 높은 관세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관세 정책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IEEPA(국제비상경제권법)에 근거한 기존 비상 관세가 연방대법원에 의해 무효화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1974년 무역법 122조(국제수지 방어 조항)를 근거로 150일 한시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24일 전격 발효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 모든 나라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리어 대표가 이날 "일부 국가만 15%, 다른 국가에는 그보다 높은 관세"를 언급하면서, 실제 운용은 10%를 기본선으로 국가별로 차등 인상하는 방향으로 정교화되는 모습이다.
그리어 대표는 인도네시아와의 합의를 사례로 들며 "인도네시아는 19% 수준의 관세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산 상품에 대한 시장 개방에 나서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기본 10% 글로벌 관세를 깔아놓은 뒤, 양자 협상을 통해 국가별 관세율을 15% 혹은 그 이상으로 조정하는 이른바 '인도네시아식 패키지 딜'을 다른 국가에도 확산시키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관세 인상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USTR은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에 근거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리어 대표는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가 향후 관세 재조정 전략의 핵심(centerpiece)이 될 것"이라며, 과잉 생산능력, 강제 노동, 미국 기술·디지털 기업에 대한 차별, 수산물·쌀 등 농식품 분야 보조금 지급 등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122조를 통해 10~15% 범위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고,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특정 국가·품목에 15%를 넘는 맞춤형 고율 관세를 추가하는 투트랙 압박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그는 중국과 관련해 "현재 부과 중인 관세 수준을 유지하되, 추가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며 사실상의 '관세 휴전' 기조를 시사했다.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감안해 중국과의 갈등 격화를 피하면서도, 다른 교역 상대국들에는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미 무역 흑자가 크고 반도체·배터리·철강 등에서 생산능력을 크게 늘려온 한국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향후 301조 조사를 통해 한국의 과잉 생산, 산업 보조금,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디지털 규제) 등을 문제 삼을 경우, 15% 이상의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아직 한국이 구체적인 조사 대상국으로 지목된 것은 아니어서, 잠재 타깃 가능성에 대한 경계 수준을 높이되 실제 조치의 내용과 범위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