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이란 정부가 23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한 가운데 국제사회와 합의된 수준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본격 생산하고 나섰다. 갓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이란 핵합의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귀를 둘러싼 기싸움을 벌이며 벼랑끝 전술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부터 IAEA 사찰단과의 협력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앞서 테헤란 당국은 미국을 겨냥해 핵합의 당사국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23일부터 IAEA 사찰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따라 IAEA가 이란 내 핵 시설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 네트워크 접근과 관련 활동이 차단될 것으로 전해졌다. IAEA는 이란 핵 합의에 따라 이란 현지에서 핵 활동을 감시해왔다.
이란 핵 합의에 서명했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3개국 외교 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란의 조치는 핵 합의 위반이며 IAEA의 감독 권한을 대폭 위축시킬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이란의 핵 합의 준수와 IAEA와의 협력을 거듭 촉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란은 지난 2015년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가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제재를 해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핵합의에 서명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협상을 주도했고,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가 함께 서명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재 강화로 돌아섰고, 이란은 이에맞서 핵합의에 따른 약속 이행을 점진적으로 파기해가며 미국의 복귀와 제재 해제를 압박해왔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입수한 유엔 감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이 지난달부터 포르도 지하 핵 시설에서 20%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핵 합의에 따라 우라늄 농축 농도를 3.67%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핵폭탄 제조를 위해선 90% 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며, 이란은 미국의 핵 합의 복귀와 제재 해제가 없으면 우라늄 농도를 점차적으로 상향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22일 우라늄 농축을 향후 6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핵합의를 다시 엄격하게 준수하면 미국도 같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고 언급하는 등 이란의 선(先) 합의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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