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도자 "경찰·거짓 광대들만의 대통령"
리투아니아 "취임식 광대극…사생아 대통령"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세)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취임한 가운데, 미국과 독일 등은 그를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CNN BBC뉴스 보도에 의하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수도 민스크에서 수백명이 참석한 의식을 통해 새로운 임기 5년을 위한 취임 선서를했다. 그는 헌법 사본 위에 손을 얹고 선서하면서,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안전과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나는 벨라루스인들은 버릴 수도, 그럴 권리가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날 민스크 수도 거리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취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들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BBC뉴스는 대선에서 야권 후보로 루카셴코와 맞붙었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오늘부터 그(루카셴코)는 벨라루스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야당 간부인 파벨 라투슈코도 SNS에 "루카셴코는 경찰 기동대와 손에 꼽히는 거짓말쟁이 관리들만의 대통령"이라며 "무기한 시민 불복종 행동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야당 '조정위원회(Coordination Council)'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유럽연합과 영국, 미국, 캐나다,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에게 루카셴코를 비합법적으로 인식하는 데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면서 국제사회가 루카셴코의 이번 행위를 비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이날 미국 국무부는 "미국은 루카셴코를 합법적으로 선출된 벨라루스 지도자로 간주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미 국무부 대변인은 "발표된 결과는 부정적이고 합법적으로 정당성을 전달하지 못했다"며 "벨라루스 국민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를 누리게 하는 국가적인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부당하게 억류된 사람들을 석방하고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국민에 대한 탄압을 종식하는 것이 진정한 국가적인 대화를 위한 첫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 또한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을 벨라루스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유럽연합(EU)이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이웃 국가도 나섰다. 리나스 린케비치우스 리투아니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번 취임식을 "광대극(farce)"이라며 루카셴코를 "사생아(illegitimate)"라고 비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부터 집권해온 친 러시아 성향으로,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8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로 6선에 성공했다. 그러자 벨라루스 야권과 국민들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루카셴코 퇴진과 재선거 실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6주째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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