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들에게 크레디트스위스의 공급망투자펀드를 통해 상당 부분 중복 우회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능통한 내부관계자 3명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크레디트스위스의 공급망투자펀드에 5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조성 운용하는 총75억달러 규모로 설정된 이들 공급망펀드는 현재 투자자산 규모가 52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할인호텔체인 스타트업 오요(Oyo), 자동차 임대 스타트업 페어(Fair) 등 비전펀드의 기존 투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15%나 차지했다.
기관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마케팅 자료에 따르면 이들 공급망펀드는 최근 수년간 비전펀드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에 투자 또는 대출 상당규모를 해 왔다. 문제는 대상 스타트업들이 비전펀드의 대규모 손실과도 관련인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1000억달러 규모인 비전펀드는 최근 18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같은 우회투자 양상의 한 가운데는 비전펀드가 지원하는 그린실 캐피탈이 있다. 런던에 있는 그린실 캐피탈은 영국 전 수상 데이비드 캐머런을 고문으로 두고 있는 투자회사로 평소에 '보다 더 공정한 투자'를 외쳐왔다.
캐머런 전 수장의 영향으로 그린실 캐피탈의 투자 상당부분이 크레디트스위스의 공급망투자펀드로 흘러들어갔다.
이렇게 비전펀드는 자신이 투자한 문제의 스타트업에 또 투자할 수 있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다른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공급망펀드의 투자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10개가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이었다. 그 투자 규모는 펀드규모인 52억달러의 15%에 달했다. 10개 회사에는 오요나 페어도 포함됐다.
그린실 캐피탈은 원재료 구입대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공급망금융 전문 투자회사다.
최근 영국 국영은행 브리티시 비지니스 뱅크(British Business Bank)는 코로나19(COVID-19)대응 기업지원 프로그램에 그린실 캐피탈도 참여하도록 허가했다.
그린실 캐피탈은 당시 "자금이 실물경제에까지 미칠 수 있도록 그리고 영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곳에 투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 로고. [사진=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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