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수급 불균형보다, 트레이딩 수요로 환율 상승 유발"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에너지 시설 상호 보복 공격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종가 기준 1500원을 돌파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기록적인 수치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1.9원 급등한 1505.0원에 출발해 1501.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505.0원으로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환율 급등은 중동 전쟁 격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타격에 이어 이란이 주변국 에너지 시설 보복에 나서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이에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18일(현지시간) 배럴당 107달러선에서 마감한 뒤 19일 장중 11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중동 상황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며, 여러 충격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진전이 제약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이번 1500원 돌파가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보다는 대외 재료에 민감한 '트레이딩 수요'에 의해 주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원 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최근 1500원 돌파 과정에서 수입 업체의 결제 수요가 특별히 몰리는 현상은 감지되지 않았다"며 "실수요가 끌어올렸다기보다 유가 폭등에 아시아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트레이딩 수요가 환율을 밀어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환율 1500원 선이 새로운 '뉴노멀'로 자리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1500원대 안착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유가가 1년 가까이 100달러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환율 역시 15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쟁 종료 가능성과 주요 산유국의 증산 여력을 고려할 때 유가가 다시 100달러 이하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의 1500원대 진입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환율이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될 경우 적기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해 상승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연구원은 당국의 개입 전략에 대해 "1500원 부근에서 단계적인 시장 안정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며 "직접적인 실개입보다는 구두 개입과 함께 기업체나 연기금의 달러 매물을 유도하는 방식의 대응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유가 추이에 따라 개입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oyn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