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국회의장에게 격려받는 국무총리…부끄럽지 않나"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자유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정 전 의장이 지난 17일 차기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됐는데, 이를 수락한 것 자체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짓밟은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를 얼마나 우습게 보길래 입법부 수장에게 자신 밑에서 일하라고 하냐"며 "총리직을 수락한 정 내정자도 자신이 최고 수장으로 있던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짓밟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8 leehs@newspim.com |
그는 "국무총리가 국회에 오면 국회의장에게 격려를 받는데, 이제 정세균 전 의장은 후배 국회의장에게 격려를 받아야 한다"며 "부끄럽지 않냐"고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어 "원래는 민주당의 다른 중진의원을 총리에 지명하려 했는데,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좌파 단체들의 반대가 쏟아지면서 그 카드를 접었다"며 "대통령이 극좌세력에 굴복하고 휘둘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삼권분립의 정신이 없는 사람이면 국회의장을 지냈던 정세균 의원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입법부를 무력화 시키려는 청와대의 시도에 여당도 국회 인준과정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대통령도 이를 즉각 철회하고, 더 나아가 정세균 의원도 스스로 결단하길 바란다"며 "만약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과정을 거치고 인준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도 "문 대통령은 전남 출신 총리에 이어 전북 출신 총리를 기용했다"며 "대한민국에 천하 인재들이 있는데 대탕평 인사는 하지 않고 전남 아니면 전북 인사를 기용하는가. 그게 대통합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재경 의원 역시 "정세균 의장에게 묻건데, 본인이 아니면 국민 통합과 경제를 살릴 사람이 대한민국에 없냐"며 "국회의장을 지낸 분이 지역구를 고수하다가 총리로 변신하는 모습에서 권력에 대한 집착 외에 무엇을 더 읽어야 하냐"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의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12.18 leehs@newspim.com |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임명이 가능하다. 청와대가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면 국회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일 이내에 청문회와 심사경과보고서 작성을 끝내야 한다.
심사경과보고서가 제출되면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기서 표결에 붙여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총리 임명이 가능해진다.
이에 한국당은 임명 과정에서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입법부 수장이 총리로 간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어서 인사청문요청서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려되는 점은 민주당과 좌파 2, 3, 4중대가 (총리 임명과) 선거법을 놓고 거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라며 "임명동의안에 찬성해 줄테니 의석을 더 내놓으라고 할 수 있으니 이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 국민들도 주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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