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지소미아 폐기 시기상조" 공감대
이해찬 "지소미아 폐기, 신중해야"... 靑과 교감
민주당 日경제침략대책특위는 "폐기 고려해야" 강한 입장
"압박-무게중심 지키는 '역할 분담' 시작된 것"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두고 여권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이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경우 지소미아 연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앞서 밝힌 가운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여당 내 균열로 보지만 실상은 의도된 ‘역할 분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교감하며 신중론으로 무게를 잡고, 특위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의원 등은 강한 어조로 일본에 으름장을 놓는다는 계산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0차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7.30 leehs@newspim.com |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에서는 대체로 지소미아 폐기를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는 건 너무 앞서간 주장이라는 공감대가 있다”며 “청와대의 입장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 폐기 관련 질문을 받자 “지소미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상호 간에 여러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용도로 작동했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 저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때에 따라 지소미아 폐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이 우리 정부가 마치 그런 입장이 있는 것처럼 보도됐는데 그 때도 이미 우리 정부 입장은 지소미아 파기를 안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지소미아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안보실장은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나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0차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2019.07.30 leehs@newspim.com |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이 대표의 발언은 불과 30분 전 발표된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의 발언과는 결이 달라 당내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최 의원장은 특위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일본의 경제침략이 계속되는 한 지소미아는 유지되기 어렵다”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일본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기조 속에서 특위 중심으로 지소미아 폐기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우리도 이제 그런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일종의 으름장을 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당 대표의 경우는 무게감 있게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한 편으론 압박하고 당대표는 무게중심을 지키는 일종의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7.25 leehs@newspim.com |
다만 지도부의 입장과는 별개로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되며 당내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의 발언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위 측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당 지도부가 좀 더 강한 입장을 내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최재성 의원이 당 지도부에 관련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안다”며 “특위는 특위대로 세게 나가는 지금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