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비정규직 재직자 친인척 중 7명 정규직 전환
5시간 근로경력이 정규직 전환 근거로 활용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농협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친인척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나왔다. 임직원의 친인척 정규직 전환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정규직 전환율보다 월등히 높았다는 것.
특히 정규직 전환 공고를 낸 당일에 몇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이들이 근무를 채 하루도 하지 않았는데도 정규직 신분으로 바뀌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농협 채용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재 의원(자유한국당)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재 의원은 농협 재직자 친인척의 정규직 전환율이 높다는 점을 꼬집었다. 농협(농협경제지주와 농업경제부문)은 지난 7월24일 정규직 전환 채용을 공고했다. 농협은 정규직 전환 채용 절차를 밟아 최근 비정규직자 4609명 중 3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전환율은 8.3%다.
김정재 의원실이 정규직 전환 내용을 분석한 결과 농협에는 25명의 재직자 친인척이 비정규직으로 있었고 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재직자 친인척 정규직 전환율은 28%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수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10.10 yooksa@newspim.com |
김정재 의원은 "일반 비정규직자와 재직자 친인척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8.3%대 28%"라며 "이런 정규직 전환율 차이가 재직자 친인척에 대한 특혜"라고 꼬집었다.
농협 채용 시스템 결함도 지적했다. 농협이 '몇 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공고 당일 농협 재직자'라는 응시 기준만 제시했다는 것.
이렇게 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공고 당일 오전에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람이 반나절 근무만 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견됐다. 김정재 의원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383명 첫 출근일을 분석한 결과 공고 당일 채용이 3명이었다. 특히 1명은 농협경제지주 한 공판장 영업지원직(비정규직)으로 채용됐는데 같은 공판장 재직자 자녀로 드러났다.
김정재 의원은 "기준일에 입사한 3명은 오전 출근해서 교육을 받은 후 오후부터 근무했으니 불과 5시간 근무경력이 정규직 전환 근거였다"며 "채용시스템 결함이 재직자 친인척 부정채용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재 의원은 "정규직 전환 채용과정을 재조사하고 채용시스템 결함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료=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실] |
이와 관련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 확인을 못했다"며 "전수조사를 해볼 계획이며 문제가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도 정확한 조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김정재 의원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농협은 정부가 지난 5월31일 제시한 '공공부문 2단계 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적으로 채용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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