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발 금리 인상 우려에 '안전 자산' 매력 상실
산업용 금속 직격탄…알루미늄 2018년 이후 최대폭 하락, 구리 연중 상승분 반납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이란 전쟁발 에너지 쇼크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면서 19일(현지시간) 금속 가격이 일제히 폭락했다. 치솟는 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을 압박할 것이라는 공포와 고유가가 결국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금속 시장 전반에 투매를 불러왔다.
이날 귀금속 시장의 하락세는 독보적이었다. 금 현물 가격은 6% 가까이 급락했으며, 은은 8% 폭락했다. 통상 전쟁 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이 힘을 쓰지 못하는 배경에는 금리와 달러가 있다.
원포인트 BFG 웨일스 파트너스의 피터 북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지워버리고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실질 금리 상승을 초래한 것이 금값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4.300%를 돌파하며 비수익 자산인 금의 매력을 떨어뜨렸고 강달러 현상은 금 체감 가격을 높여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다.
실물 경제의 바로미터인 산업용 금속은 더욱 처참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은 장중 한때 8.4% 폭락하며 201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구리 역시 5.2% 급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시장은 에너지 쇼크가 가져올 '수요 파괴' 단계에 주목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소비자들의 지출 습관을 바꾸고 기업 경영을 압박해 결국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BNP 파리바의 제이슨 잉 원자재 전략가는 "오늘의 가격 움직임은 위험 자산 회피 심리와 거시 경제 성장 우려에 의한 것"이라며 "비철금속과 귀금속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인 매도세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고물가 속 저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도 시장을 지배했다. 나티시스의 베르나르 다다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매크로 전망이 매우 어둡다"며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6월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는 가격 급락이 잠자고 있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메탈즈 퓨처스의 우쿤진 비철금속 리서치 팀장은 "가격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높은 가격에 구매를 주저했던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 기대감이 개선되고 있다"며 "이는 향후 재고 소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가스전에 대한 추가 공격 자제를 요청하며 긴장 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북바 CIO는 "금속 가격이 안정되려면 결국 전쟁이 끝나야 한다"면서도 "국방비 지출 증가로 국가 부채와 적자가 심화되면 향후 금은 가치 하락에 대비한 수단으로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