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연락사무소‧문 대통령 평양 방북 등 일부 실현
대북제재에막힌 경협...동해선‧경의선 철도 개발 ‘글쎄’
비핵화‧종전선언, 정상회담에서 풀 수 있을지 주목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 =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표단이 18일 오전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의 자리를 가질 예정인 가운데, 이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의 구체적 이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남북 양측은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일정을 쉼 없이 소화해왔다.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특사로 방북한 것을 비롯해 13일 군사실무회담, 14일 고위급 실무회담까지, 남북정상회담을 코앞에 앞둔 시점에도 남북 양측의 당국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제를 좁히기 위해 고심했다.
이와 관련, 정의용 실장은 6일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오는 18일 시작되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과 함께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2018.4.27 |
◆ 연락사무소 등 일부 성과…비용추계서‧비준동의안 국회 비준 ‘깜깜’
4‧27 판문점선언의 골자는 남북 교류 활성화 방안과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방안, 종전선언 논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 등이다.
이미 실행된 판문점 선언의 항목들도 있다. 우선 판문점 선언 말미의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부분은 9.18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실현됐다.
지난달 24~26일 금강산에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역시 판문점 선언의 성과다. 이산가족 상봉 일정을 확정한 6월 22일 남북적십자회담도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된 것이다.
지난 14일 개성에서 개소식을 가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도 빼 놓을 수 없는 성과다. 앞으로 지속성을 점검해 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연락사무소 개소식과 같은 날 열린 고위급 실무회담 역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부분이다.
하지만 벽에 부딪친 난제들도 적지 않다.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현대화’ 부분은 당장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지난 11일 산림‧철도‧사회 문화 체육 교류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과 비용추계서’가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갔지만, 야당의 반대로 비준은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북제재로 인해 각종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고 따라서 정확한 비용 추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된 ‘다방면적 협력과 노력’, ‘교류‧왕래‧접촉 활성화’ 등의 항목이 포괄하는 ‘남북 경협’ 부분에서도 상당 부분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4.27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26일 오후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18.04.26 |
◆ 비핵화·종전선언 둘러싼 입장차 커…평양정상회담에서 실마리 찾을까
판문점 선언의 또 다른 한계점은 군사적 긴장 완화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를 위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 수역으로 지정한다고 명시했다.
‘일체의 적대행위’란 군사분계선(MDL) 일대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을 말한다. 국방부장관 회담이나 장성급 군사회담 등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한다는 내용도 있다.
판문점 선언의 ‘군사적 긴장 완화’ 항목은 장기적으로는 ‘항구적이며 공고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판문점 선언의 또 다른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일각에선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이 정확한 핵 보유량을 신고하지 않고 있거나 북한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 ‘핵 보유국’을 명시하고 있는 등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군축이나 한반도 비핵화, 종전선언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중 어떤 것이 우선하는가’에 대한 북미 간 좁혀지지 않는 생각의 차이도 판문점 선언의 군축이나 비핵화 부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원인이다. 최근 미국과 북한이 10월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도 있다는 설이 나오기는 했으나, 아직 북미 양측이 이 부분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석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잡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상정하지 못했다. 2018.09.13 yooksa@newspim.com |
하지만 여당은 비핵화를 명시한 판문점 선언부터 국회에서 비준해야 그 이후에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이석현‧이수혁 의원은 “3차 남북정상회담의 관건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데 있고, 판문점 선언의 핵심이 비핵화를 하자는 건데, 이 것을 비준해주지 않으면서 비핵화를 하자는 건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판문점선언의 군축, 비핵화 항목에 대한 여야 입장 차이는 매우 선명하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에서 이같은 입장 차를 좁혀갈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평양에서 다시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하고 판문점 선언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논의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이 또 다시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간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이 판문점 선언의 한계점을 없애고 또 다른 성과를 낼 초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