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정 폐기 및 제재 부활로 원유 공급 위축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해임이 국제 유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른바 ‘렉시트(Rexit)’와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후임 지명이 이란 핵협정의 폐기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엑손 모빌 <사진=블룸버그> |
14일(현지시각) 주요 외신과 시장 전문가들은 일제히 미 국무장관 교체가 이란 핵협정 폐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경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부활할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고, 이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날 장중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가 0.3% 가량 나란히 상승해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전망에 반응했다.
RBC 캐피탈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렉시트 시나리오는 원유 시장에 커다란 호재”라며 “폼페오 신임 국무장관 지명자가 이란에 강경한 노선을 취하고 있어 오는 5월 트럼프 행정부의 핵협정 폐기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폼페오 지명자는 과거에도 이란과 핵협정을 강력하게 비판했고, 이와 동시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에너지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날 해임된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 핵협정을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폼페오 지명자가 차기 국무장관 자리에 오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파기가 한결 쉬워질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의 예상이 적중, 이란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경우 원유시장에 미치는 중장기적인 영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은 2023년까지 원유 생산을 하루 33만배럴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OPEC 회원국 전체의 산유량 순증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틸러슨 장관의 하차가 궁극적으로 유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한 이유다. 블룸버그는 핵협정 발표 이후 이란의 원유 추가 공급분은 대부분 중국과 유럽에서 소화됐다고 전하고, 해당 지역의 유가 상승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 핵협정 폐기 여부와 함께 무역전쟁 리스크와 미국 셰일 업계의 공급 확대 등 원유 시장의 악재가 자리잡고 있어 이른바 ‘폼페오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