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도자 나발니 체포 불구 시위 독려
미국, 평화시위 막은 러시아 당국 강력 비난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러시아에서 부패 척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수백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자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 99개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진행돼 수백명이 체포됐다.
러시아 반부패 시위대 체포 현장 <출처=AP/뉴시스> |
러시아 당국은 17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시위들이 모두 불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Info'는 트위터를 통해 700여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고, 러시아 국영통신 리아 노보스티는 체포 인원이 500명이라고 보도했다.
수도인 모스크바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자 수천명이 집결해 2012년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반정부 시위가 열렸고,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Alexei Navalny)가 체포됐다.
시위대가 나발니 체포에 반발하고 곳곳에서 진압대와 난투를 벌이기도 했지만, 나발니는 트위터를 통해 시위를 독려했다.
나발니는 트위터에서 자신은 체포됐지만 무슨 상관이냐며 “오늘의 시위는 부패에 반대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지 체포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재산을 해외에 부정 축적했다는 내용이 담긴 나발니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이와 관련해 메드베데프 총리는 공식 해명을 내놓지 않았고, 당국 역시 조사 계획을 밝히지 않자 나발니를 비롯한 그의 지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메드베데프 총리의 대변인 나탈리아 티마코바 씨는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나발니가 이미 지난 2월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내년 대선 출마를 금지 당했음을 상기시키며 “범죄 혐의가 있는 야당 인사가 내놓은 선전성 발언에 코멘트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러시아 당국의 나발니 체포 조치를 강력 비난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러시아 전역에서 평화시위에 나선 수백명의 시위대를 구체포한 러시아 당국의 조치를 강력 비난한다”며 “알렉세이 나발니 체포 소식과 그가 이끄는 반부패 조직에 대한 경찰의 압수 수색 역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