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고조될 듯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러시아 대사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완강하게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선 관련 트럼프 캠프 측의 러시아 유착 의혹이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27일 워싱턴D.C.의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세르게이 키슬략 러시아 대사와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정책과 관련한 첫 공식 입장 발표를 앞두고 키슬략 대사를 포함해 3명의 다른 대사들과 접촉했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도왔다는 의혹이 날로 짙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는 대선 기간 중 러시아 관료들과 연루된 일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키슬략 대사와 만났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과 40일만에 낙마한 데 이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포함해 최소 5명의 측근들이 러시아와 접촉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키슬략 대사와 직접 만난 사실이 확인된 데 따라 러시아의 지난해 대선 개입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백악관 측은 당시 만남이 불과 5분 가량의 짧은 대면이었고 그 자리에 다른 국가의 대사들도 함께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새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러시아 측과) 얼마나 연루됐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며, 연루 사실은 ‘제로’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관계된 일이 전혀 없다”며 “몇 년 동안 러시아 측과 전화통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히 바 있다.
세션스 법무장관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러시아 관리들과 접촉한 일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주 입장을 변경, 대선 기간 중 키슬략 대사와 두 차례 접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플린 보좌관이 같은 형태로 상원 의원들에게 허위 사실을 보고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대선 기간 ‘킹메이커’로 통했던 사위 재러드 쿠쉬너 역시 지난해 12월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키슬략 대사와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러시아 측의 대선 개입 의혹에 더욱 설득력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가짜 뉴스’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 수사 당국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 수사를 벌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