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년 금융위기 때 1조 매입...장중 17bp 하락
[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이날(21일) 오후 2시부터 10분간 국고채 1조5000억원을 유통시장에서 단순매입한다. 최근 금리가 급등한 채권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한은이 채권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2008년 리먼사태 이후 8년만이다. 국고채를 기준으로 매입 예정금액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 채권시장은 급격하게 금리를 올려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물가상승률을 올릴 것으로 보고 기민하게 움직인 탓이다. 지난 9거래일 동안 채권 금리는 전 만기 구간에서 40bp가량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12시 54분 현재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1.747% ▲5년만기물 금리는 1.897% ▲10년물 금리는 2.157% ▲20년물 2.249% ▲30년물 2.259%로 미 대선 결과를 확인한 9일 종가에 비해 ▲3년 34.5bp ▲ 5년 40.4bp ▲10년 48.6bp ▲20년 48.1bp ▲30년 47bp씩 올랐다. 금리 상승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르다.
한승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운영팀장은 “그간 내림세를 보이던 시장금리가 대외 불확실성 때문에 급등했는데 시장의 불안심리가 그 어느 때 보다 큰 모습”이라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측면에서 개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채권시장이 불안증세를 보일 때마다 약 1조원 가량 국고채 매입을 통해 시장을 잠재웠다. 직전 개입인 2008년 금융위기 때는 국고채 3년, 5년, 10년물을 매입해 장중 시장금리가 17bp 가량 빠지는 효과가 있었다. 2007년도 물가 급등으로 인한 금리스왑시장이 불안했을 때는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시장금리를 26bp 하락시켰다.
한 팀장은 “이번 개입을 통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금리가 단기간 내에 워낙 빠르게 올랐기 때문에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 매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은 이번 1조5000억원 매입 이후에 추가 매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증권사 채권딜러는 “한은이 오늘 단순매입을 통해 시장이 얼마나 진정되는지를 지켜본 후 추가 단순매입을 할 것으로 본다”면서 “추세적으로 금리 상승 궤도에 오른 현 상황에서 1조5000억원 매입은 시장을 진정시키기에 적은 액수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