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폴란드·불가리아 "푸틴·난민·이슬람극단주의 경계"
[뉴스핌=배효진 기자] 동유럽에서 '철의 장막'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철의 장막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91년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소비에트 연방과 미국·연합국으로 유럽을 나누던 경계를 비유하던 말이다.
하지만 최근 동유럽에서는 러시아·이슬람 극단주의자·난민의 유입으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장막이 건설되고 있어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 <출처=블룸버그통신> |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가 가장 먼저 장막을 펼쳤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약 1년 전 페트로 포르셴코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하르키우에서 경비벽을 건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1500마일에 이르는 지역에 장벽을 설치해 친러시아 반군을 러시아로부터 고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총 5000만달러가 투입된 장벽은 4년 뒤면 완공될 계획으로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의 재정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와 맞닿은 북부지역 경계를 위해 감시탑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이달 발표했다. 폴란드는 총 1400만즈워티를 들여 50m 높이의 감시탑 6개를 세울 예정이다. EU가 건설비용의 75%를 지원한다.
국경 감시 울타리는 불가리아에서도 등장했다.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동부 지역에 감시벽을 설치해 중동과 아프리카로부터 밀입국한 난민들의 유입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매년 불가리아로 밀입국하는 난민은 1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아 정부는 밀입국 난민 중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장벽을 건설한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프리스트랜드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철의 장막이 다시 돌아왔다"며 "1990년대 냉전 종식 당시 기대한 것과 달리 우리는 이동과 교역이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칼립소 니콜라이디스 옥스퍼드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철의 장막은) 국경 경계의 극단적인 표현"이라며 "결국 정치인들이 자국민들의 생명보호 및 안전 강화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