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품격경영 선언에 대한 단상-최정일 교수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께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년째가 되는 올해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루었듯이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는 ‘품격경영’의 새로운 신경영 화두를 던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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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일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 |
처음에는 개수로 평가되는 양이 중요하다가 어느 정도 나아가면 제품의 품질이 중요해지고, 그 다음에는 제품의 외양(外樣)과 같은 디자인이 중요해지며, 마지막으로는 사용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상승시켜주는 품격이 중요해진다고 한다.
이런 점에 볼 때, 삼성그룹의 이번 신경영 선언은 삼성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라고 판단된다.
그 어느때보다도 영속체로서의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사회적 책임, 더 나아가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서 그룹 최고경영자의 품격경영 선언은 삼성이 글로벌 명품기업으로 더욱 성장 발전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위기와 같은 대외환경의 변화속에서도 삼성그룹이 꾸준한 기술 혁신과 인적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고객만족 활동 및 꼼꼼한 품질관리 활동을 통해 국내 최대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던 20년전과 비교할 때 그룹 매출은 29조원에서 380조원(2012년말 기준)으로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스마트폰, 메모리반도체와 TV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을 차지하는 등 실질적인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비즈니스위크지에서 발표한 글로벌기업의 브랜드가치 평가에서 삼성은 세계 9위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그룹 매출의 2분의 1이 삼성전자에서, 또 삼성전자 매출의 3분의 2를 모바일 사업부문에서 획득하는 등 특정 계열사와 사업부에 의존도가 너무 심하고, 소프트웨어 부문보다 주로 하드웨어부문에서 경쟁우위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볼 때 삼성이 하루 빨리 사업구조의 재편성과 소프트웨어 개발부문의 역량강화가 시급하다. 또한 삼성그룹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서 73위에 선정됐으나 여전히 올라서야 할 문턱이 높다.
삼성그룹이 국내외로 다양한 사회적 책임활동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삼성계열사 공장의 계속적인 안전 및 환경관련 사고 그리고 노사관계 이슈 등 여전히 풀어야 할 환경적 및 사회적 측면에서의 숙제들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영 그루(Guru)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3년에 한 번씩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정의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하지 않는 것은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고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인 코닥, 노키아, 샤프 등이 줄줄이 부도, 인수 및 하락세를 겪는 사례들을 보면서, 삼성 또한 이렇게 그룹총수의 위기의식과 함께 스스로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부정해 새롭게 거듭나야하며,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간과하지말고, 지속적인 경쟁우위의 창출을 위해 창의적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삼성의 고유한 브랜드 아이덴터티(brand identity)를 창출해야 삼성의 품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업들이 세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대하는 대우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국격(國格)이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성그룹의 총수가 새로운 경영비전으로서 품격경영을 선언한 것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글=최정일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
◆최정일 숭실대 교수
-미국 네브라스카주립대학(Univ. of Nebraska-Lincoln) 경영학 박사
-현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부학장
-현 정부 3.0 민간자문단 자문위원
-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책 자문위원
-현 한국품질경영학회이사
-전 미국 메리맥대학 경영대학 교수
-전 프랑스 INSEAD 초빙연구원
[뉴스핌 Newspim]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