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22일 벤 버냉키 의장의 자산 매입 축소 언급 이후 크게 상승한 시장 변동성을 진정시키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가들은 실망스럽다는 표정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은 기존의 제로 수준 금리와 자산 매입 규모를 현행대로 유지했지만 기대했던 시장 달래기는 엿보이지 않았다.
연준은 경기 회복과 고용 동향에 대해 한층 개선된 시각을 드러냈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버냉키 의장은 연내 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은 물론이고 내년 중반 양적완화(QE)를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까지도 월가는 QE가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표정을 보였지만 이날 연준이 ‘잔치’ 종료를 분명하게 알렸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반응이다.
금융시장은 회의 결과 발표 직후 이른바 ‘출구전략’의 시행 가능성을 가격에 적극 반영했다. 보합권에 머물렀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0bp 이상 치솟았고, 약보합을 나타냈던 뉴욕증시는 낙폭을 확대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에 대해 큰 폭으로 랠리했고, 회의 결과 발표에 앞서 완만한 상승세로 거래를 마감한 금 선물은 전자거래에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웰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짐 폴슨 최고투자전략가는 “버냉키 의장이 연내 QE 축소 의지를 과거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연준 의장의 교체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고, 이는 연내 자산 매입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임기 만료 시 버냉키 의장이 물러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버냉키 의장은 임기가 만료되기 이전 출구전략을 개시한 후 연준을 떠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냉키 의장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QE로 금융위기를 진화한 한편 경기 회복에 힘을 실었을 뿐 아니라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종료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할 것이라는 얘기다.
라자드 캐피탈 마켓의 아트 호건 매니징 디렉터는 “연내 QE 축소가 단행되고 내년 중반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랜드콜트 캐피탈의 토드 숀버거 매니징 파트너는 “월가는 이미 QE 축소 가능성을 자산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투자가들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2015년 이전에 제로 수준의 금리가 인상될 것인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BNP 파리바의 아론 콜리 채권 전략가는 “연준이 마침내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며 “영원한 QE가 없다는 사실이 비로소 확인됐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