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 내 기축통화 지위 상실 경고 나와
[뉴스핌=이은지 기자] 미국 달러화가 10년 내에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파장은 가공할 만한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자 CNBC방송은 일각에서 달러화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북핵 문제보다 몇천 배는 더 중요한 문제인데 미국이 스스로 이 지위를 훼손하는 모든 것들을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래퍼티 캐피탈 마켓츠의 딕 보브 애널리스트는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빼앗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5~1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화 보유액 중 62%를 차지하는 주축 통화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위안화, 엔화, 유로 등에 그 비중을 점차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브는 달러화가 전 세계 통화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을 그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1952년 전 세계 통화 공급의 거의 90%를 차지했던 달러화는 현재 15%까지 그 비중이 축소됐다. 위안화, 엔화, 유로화 등의 비중이 오히려 더 크다.
특히 세계 통화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미국의 비중은 줄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간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웃도는 미국이 세계 기축통화 발행국의 지위를 잃는 결과는 무시무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브는 "달러화가 세계에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통화의 지위를 잃는다면 미국은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리를 잃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부채 수준이 너무 높다고 경고한 상태라는 점을 환기했다.
이러한 경고를 하는 사람은 비단 보브만이 아니다. 다만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오른 효과로 달러화와 관련한 이슈가 전면에서 잠시 멀어졌을 뿐이란 얘기다. 시퀘스터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경우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배리 아이켄그린 UC 버클리 교수는 지난달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안정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면, 달러화는 은행의 자금조달 시장에서 요구되는 안정적인 담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달러화의 매력도를 상쇄시키는 동시에 거래 수단으로서의 지위도 희석할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까지 금융시장은 달러화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신호를 주지 않고 있다. 달러화는 현재까지도 위기 발생 시 가장 일반적인 안전자산 통화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 완화 정책을 이어가는 한 달러화의 지위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펜토 포트폴리오 스트레티지스의 마이클 펜토는 "한 국가로서 가장 중요한 안보적 문제는 달러화를 세계 기축 통화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북핵 문제보다 몇천 배는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화를 세계 기축 통화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는 이 지위를 훼손하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토는 달러화의 불안정한 위치가 금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라고 설명하면서, 보브가 예측한 것 보다 빨리 달러화의 위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15년~2016년이 되면 이 문제가 특히나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세입의 30~50%를 채무 상환에 쓰게 될 때 채권 시장이 위기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점이 달러화가 채권 가격과 함께 하락하는 시점인 동시에 모든 것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