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점유율 10% 도달
[뉴스핌=김사헌 기자] 국제 자금대출 시장에서 일본 은행들의 중요성이 최근 강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유럽과 미국이 최근 금융 위기로 인해 대출기관 위축이 뚜렷한 가운데, 이 공간을 일본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지난 21일 국제결제은행(BIS)가 발표한 2012년 9월 말 현재 국제 은행통계에 따르면, 일본 은행권의 해외대출은 22%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제 대출시장에서 일본 은행권의 비중은 10%까지 높아졌다.
1980년대 말까지 국제 대출시장에서 일본의 비중은 30%까지 급증했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에는 그 비중이 6%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최근들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 출처: 국제결제은행(BIS) |
지난해 3/4분기까지 최근 3분기 연속으로 비금융권 대출이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 기간 동안 유럽 금융권 대출이 크게 줄어들고 미국계 역시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본 은행권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3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은행들의 대출 증가세는 메가뱅크와 분야별로 보면 더욱 현저했다고 보도했다.
딜로직(DeaLogic)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중에서 일본 3대 메가뱅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2%나 되어 유럽과 미국의 경쟁은행들을 앞질렀다. 이들 은행이 전 세계 3.4조 달러의 신디케이티드론에서 차지한 비중은 14%가 넘었는데, 이는 2007년 전체 4.8조 달러 시장에서 6% 비중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된다.
일례로 자산 규모 기준으로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은 2012년 유럽 프로젝트 파이낸싱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불과 1년 전에는 8위에 불과했는데, 크레디아그리콜이나 방코산탄데르와 같은 거대 유럽은행이 위축된 덕을 봤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은행의 관련 부서 런던지점 인력은 2년 사이 80명으로 두 배나 확대됐다.
2000년대 과도한 대출을 일으킨 서구 은행들에 비해 보수적인 일본 은행권의 대출 관행도 위기가 찾아온 뒤에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 일본 기업들이 보수적인 자세로 은행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보유한 자금이 풍부했다.
은행들은 주로 현금성인 일본 국채를 보유했는데, 전체 운용자산 중에서 국채 비중이 25%나 됐다. 이 같은 일본 국채는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올라갈 경우 대규모 손실을 낳을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 은행권은 항공기 리스 등 다양한 해외대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2위 은행인 미즈호금융그룹의 해외사업부는 해외시장의 성장과 장기적인 추세를 따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자국 은행 모형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4대 글로벌 지역에서 30개 주요 기업을 선정하고 대출이나 증권인수 등의 자문을 해주는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를 도입했다. 참고로 미즈호금융의 해외사업부 총수익은 지난 3년 동안 52% 증가한 26억 달러(2조 8000억 원)를 넘었다.
다만 일본 은행들의 해외대출 확장은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해외 대출 증가세가 이제까지는 큰 무리없이 관리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추세에는 상당한 위험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출처: 국제결제은행(BIS) |
한편, BIS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부터 한국 은행권의 통계자료도 포함이 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한국 은행들의 해외대출 잔액은 121억 달러(13조 2000억 원)였다. 이 중 거의 절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거래 상대방에 대한 것으로, 거래 상대방은 중국, 홍콩, 일본 순으로 많았다.
BIS는 특히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한국 은행 대출이 해외대출 중에서 가장 많았으며 베트남의 경우는 2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한국 은행들의 해외대출은 현지에서 현지통화로 이루어진 경우는 전체의 8%에 불과해 BIS 전체 평균인 36%에 비해 크게 낮았다.
※출처: 국제결제은행(BIS) |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