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긴축안 시행 가능성 희박", 결론은...
[뉴욕=뉴스핌 박민선 특파원] 그리스가 가까스로 2차 구제금융안 승인을 얻어내면서 디폴트 위기를 한고비 넘겼지만 애석하게도 시장은 냉담한 평가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부채 감소와 재정개혁 등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결코 쉽지 않은 난관을 거듭해야 할 것이고 결국 이번 위기 모면은 일시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인 것이다.
당장 그리스는 오는 2020년까지 그리스가 부채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까지 끌어내려야 하는 막중한 의무를 지게 됐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른 바 '트로이카(EU, ECB, IMF)'는 그리스의 개혁안 추진에 대해 분기별로 점검을 하고 유로존 차원에서도 테스크포스(TF)를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스의 긴축안 실행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성장 없는 부채 감소, 가능한 얘기일까?"
21일(현지시간)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니스 가트만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결국 디폴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현 정부 하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임금 삭감과 의료 및 연금 등 그리스 정부가 향후 시행해야 하는 긴축안은 이미 급격히 악화된 여론에 의해 용납되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설명.
가트만은 추가적인 긴축 요구는 그리스에 불황을 안길 것이고 이로 인해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사실상 그리스와 독일이 전쟁에 가까운 수준까지 갈등을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오는 2020년까지 부채 규모를 120%선으로 줄인다는 목표에 대해 "우스운 수치"라고 평가하며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강조했다.
또 저널리스트이자 유명 블로거인 펠릭스 새먼은 "그리스가 이제 공식적인 국제 사회의 '병동'이 됐다"고 평가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리스는 매우 긴 시간동안 더이상 재정 정책에 있어 현실적인 독립성이 없게 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는 재정감축은 최악의 효과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긍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짚어냈다.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 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은 기대 자체가 불가하다는 얘기다.
새먼은 "엄청난 임금 삭감으로부터 고통 받는 나라에서 경제 성장이라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며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하더라도 그리스의 부채를 2020년까지 12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희박하며 단지 159%선이 최선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이 역시 시장 금리의 변동 가능성과 그리스의 부채 추가 악화 가능성 등은 배제한 기준이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의 칼럼니스트 휴고 디슨과 닐 언맥도 "그리스가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데 실패하고 부채비율을 줄이지 못한다면 험악한 분위기에서 추가 협상이 일어날 것이고 결국 그리스 채무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즉, 지금까지와 같은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유로존과 그리스와의 완전한 관계 단절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그리스가 당장 내달로 다가온 디폴트 위기는 넘겼지만 머지않아 그리스에 대해 거둘 수 없는 불안감을 재차 확인하는 일이 재연될 것이라는 어두운 불신이 시장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에 대해 그리스 역시 인지하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카드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를 마치고 나온 네덜란드 얀 키스 데 야거 재무장관은 "우리는 지난 2년여간 그리스의 탈선을 수차례 봐왔다"며 "그리스의 경우 (긴축안) 이행에 대한 위험은 매우 높다"고 언급해 긴축안 시행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