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이기석 기자]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래 처음으로 5%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간 중국 정부가 고집해온 긴축정책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경제정책을 미세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이 긴축기조를 접고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급증하며 당국이 통화긴축을 위해 지준율 인상에 나섰고, 이 같은 조치로 인해 협의통화(M1) 증가율 속도가 억제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하락할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록 10월 물가가 크게 떨어지기는 했다고 해도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인 4% 수준을 웃돌고 있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갑작스러운 긴축 완화를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부 대형 은행들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취한 것처럼 차후 물가와 경기상황을 고려해 선별적인 긴축 완화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며, 본격적인 긴축기조 완화는 내년 초는 돼야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10월 물가상승률 5%대로 둔화, 물가억제 효과 발휘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5.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월 기록한 6.1% 상승세보다 크게 둔화된 것으로 전문가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 동월보다 5.0% 상승하며 직전월 기록한 6.5% 상승세보다 큰 폭으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CPI 상승률은 5.5%를 기록한 뒤 6월 6.4%로 6%대에 진입했다. 이어 7월에는 6.5%로 고점에 도달한 뒤 8월과 9월 각각 6.2%, 6.1% 로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식품 가격 상승률은 지난 7월 14.8%로 정점을 찍은 후 8월과 9월 13.4%로 둔화된 후 10월에는 11.9%까지 하락하며 물가 안정에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세부적으로도 둔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비식료품 가격 상승률 역시 지난 9월 2.9%에서 10월 2.7%로 떨어졌고, 서비스 부분 물가 상승률은 9월 3.0%에서 10월 2.8%로 둔화됐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소의 쟝 리퀀 연구원 "10월 CPI 둔화는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을 시사한다"며 "CPI는 4/4분기에 추가 둔화돼 올해 5.5%,향후 2년간 2.8~4.0%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 생산 및 소비, 수출 등 경기둔화 조짐
이런 가운데 중국의 주요 생산 소비, 수출 등의 거시 경제지표들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워주고 있어 물가 하락과 더불어 긴축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산업생산이 전년동월대비 13.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월인 13.8% 증가한 9월에 비해 저조한 증가율로 전문가 예상치인 13.4%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 역시 시장의 예상보다는 약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10월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17.2% 증가하는데 그쳐 전문가들의 증가율 예상치 17.4%를 하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또 10일 발표한 10월 수출은 예상치인 전년대비 16.5%에 못미치는 15.9%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수입은 23.0% 증가 예상을 넘어 28.7%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10월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17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치 249억달러에 크게 못비였다. 지난 9월에 이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물가 억제가 최우선 목표임을 밝히면서도 거시경제정책을 적절한 시기에 조금씩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주 중국 정부는 공개시작 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시켰고, 이는 통화정책 완화를 시작했다는 증거로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 9일 원자바오 총리는 정부 웹사이트에 공개된 글에서 "지난 10월 이후 중국의 전반적인 국내 물가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며 "물가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中 정부 미세조정 방침, 일부 지준율 인하 가능성 제기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소비자물가(CPI)에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통화량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CPI 역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M1 증가율은 지난 2009년 말 32.3%를 기록한 후 핫머니 유입에 2010년 1월 최고점인 38.96%를 나타낸 뒤, 지난 한해에도 21.1%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준율 인상을 단행하며 통화단속에 나섰고, 2011년 9월 M1 증가율은 8.9%로 떨어지는 효력을 발휘했다.
중국이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준율을 12차례, 기존 15.5%에서 사상최고치인 21.5%수준으로 6%포인트 인상함으로 M1 증가율을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복귀시켜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지준율 상향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고 조심스럽게 지급준비율 인하를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SK증권의 김명실 연구원은 "전세계에서 정부의 입김이 가장 센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통화량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CPI 역시 3~6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하락세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 연구원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밝힌 중국의 적정 M1 증가율은 15% 수준이고, 3/4분기 중국 M1 증가율 평균수치는 10%"라며 "더 이상 중국의 지준율이 상향 조정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논평했다.
◆ 중국 정부 부양조치는 시기상조, 물가 경기 주시
그렇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가 당장 지급준비율 인하나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보다는 선별적인 긴축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가 당분간 공격적인 긴축 완화를 시행하기에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소비자물가가 5%대로 떨어졌다고 해도 안심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가 하향세가 좀더 확연해져야 하고 경기둔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심각한 수준에 이르다는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은 견조한 편이고 유로존 위기 상황도 더 살펴봐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서프라이즈한 긴축완화 조치를 기대하긴 시기 상조"라며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 인하 혹은 지급준비율 인하와 같은 부양조치를 단기내 시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긴축기조 완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으나 물가와 경기 흐름을 당분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적인 긴축기조 완화는 내년 초에나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의 김광재 연구원 역시 "소비자물가 둔화 및 유동성 압력 완화, 경기 우려 점증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긴축 기조를 완화할 여지가 높아졌다"면서도 "금리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적 조치보다는 물가 및 경기 흐름을 주시하면서 선별적 긴축 완화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이기석 기자 (ER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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