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짧은 미국 출장에서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애플과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는 성과를 냈다.
치열한 특허 소송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맺어진 부품공급 계약을 내년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아울러 2013~14년까지 더 좋은 부품을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삼성 안팎에서는 애플이 앞으로 내놓을 아이폰5나 아이패드3 등 신제품에도 삼성의 반도체나 LCD 등을 탑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16일 저녁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19일 새벽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추도식에 참석한 후 팀 쿡 애플 CEO의 사무실로 찾아가 2~3시간 대화를 나눴다.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 사장은 과거에도 쿡과 여러 차례 만났지만 지난 4월 특허 소송전이 시작된 이후 그리고 쿡이 CEO로 등극한 후 처음으로 만난 것.
이 사장은 귀국하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잡스와 지난 10년간 어려웠던 이야기, 위기 극복, 삼성과 애플 양사의 좋은 관계 구축,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자는 이야기 등을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그가 출국길에 말했던 것처럼 삼성과 애플의 동반자이자 경쟁관계를 인정하고, 윈-윈(win-win)하는 방안에 상호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 사장은 오는 2014년까지 애플에 대한 부품공급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사장은 "부품 공급은 내년까지는 그대로 가고, 2013~14년은 어떻게 더 좋은 부품을 공급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내년까지 맺어진 장기부품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2013~14년까지 부품공급권 확보를 전제로 얼마나 더 좋은 품질의 부품을 제공할 수 있느냐를 팀 쿡 CEO와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전이 치열해지자 국내외 전자업계에서는 애플이 주요부품 공급선을 대만 등으로 돌릴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왔다. 아이폰5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A6칩을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의 TSMC에 위탁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대만 언론들은 지난 7월 "애플이 TSMC에 A6칩의 시험생산을 위임했다"며 "향후 삼성전자가 부품공급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이 사장은 쿡과 만나 이같은 우려를 씻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를 대신해 A6프로세서를 주로 생산하기에는 공급물량이나 가격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다만 이 사장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추가 소송은 법무팀이 경영진들과 협의해서 필요하면 할 것이고, 아니면 안 할 것"이라며 "생각을 해 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만을 나타냈다.
이날 미국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의 루시 코 판사는 "공정한 조건에서 특정 특허권에 대해 허가한 뜻을 삼성이 왜곡했다"는 애플 측 주장을 기각하고, 애플의 반독점 주장 일부를 기각해 달라는 삼성 측 요구는 받아들였다.
계속 유리한 판결을 받아오던 애플이 상처를 입은 셈이다. 이로 인해 이재용 사장과 팀 쿡의 만남으로 동반자 관계를 확인한 양사가 전격적인 합의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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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