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금은 가치투자가 빛날 때
[뉴스핌=정지서 기자]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가치투자'로 유명한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문사들이 수익률 방어에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동안 지나치게 오른 주식시장의 거품을 인지하고 발빠른 시장대응 전략을 펼친 결과다.
현재 시장에선 한달 사이 20% 가까이 폭락한 국내 증시를 두고 '베어마켓 재진입'과 '바닥 근접'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가치투자가들에게 하반기 국내 증시전망을 들어봤다.

◆경기확장 종료...'곰의 습격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가치투자가들은 올 하반기 시장을 약세장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각국의 유동성이 글로벌 증시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더이상 증시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2년간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왔는데 이제는 재정지출을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확장이 종료된 만큼 주식시장의 거품도 사라질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시장 일각에서 연내 전고점인 2200선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글로벌 거시 변수들이 산재되어 있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이채원 한국밸류투자운용 부사장은 "지난 2~3년간 상승폭이 지나친 감이 있다"며 "가능성은 낮지만 글로벌 공조체제가 무너지면서 대공황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지수회복을 속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 역시 "경기지표가 나빠지며 금융시장이 안좋아지면 실물경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이 실물경기를 끌어내리는 초입단계인 만큼 시장은 베어마켓을 향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간 시장에선 미국의 '경기둔화'와 '소프트패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진행됐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봤을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는 사이클적인 침체로 쉬어가는 구간을 맞이했다는 것이 가치투자가들의 설명이다.
인종익 섹터투자자문 대표는 "이제는 쉬어갈 자리가 됐다"며 "지난 2년 반동안 주가가 상승한 것은 유동성에 기업 모멘텀이 좋았기 때문이지만 글로벌 악재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횡보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1~2개월 지나면 시장은 반등국면을 보이려고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경기에 대한 신뢰가 강하지 않다"며 "설사 반등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형주 '제 값 찾기' 시작...中관련주도 주목
이번 폭락장에서 가치투자 플레이어들은 무엇보다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들과 경기에 둔감한 방어주들을 바구니에 많이 담아둔 것이 호재가 됐다. 가치투자의 성격상 대형주 중심으로 모멘텀 투자를 하는 이들과는 달리 기업의 성장성 대비 저평가된 종목들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인종익 대표는 "상반기 대형주 쏠림현상이 심해 중소형주의 소외현상이 극에 달했다"며 "외국인들 중에서도 성장성 있는 중소형주에 대한 제값찾기 움직임을 보일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채원 부사장은 "현재 대형주가 가지고 있는 PBR프리미엄은 역대 최고치 수준"이라며 "막연한 성장보다 확실한 가치를 가진 중소형주들이 뛰어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세장일수록 기업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주목하게 되는만큼 중소형주 들 중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높은 종목이 주목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중국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제기됐다.
최정용 대표는 "중국이 8~9%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는 한 하반기 중국관련주의 움직임이 좋을 것"이라며 "중국정부가 긴축을 완화하는 것이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남권 본부장 역시 "현재로서 제대로된 소비시장이 중국밖에 없다"며 "유로화와 달러가치가 떨어질수록 중국 관련주들은 더욱 부상하게된다"고 언급했다.
◆지수밴드 의미없어...'문제는 종목비중'
가치투자가들은 하반기 지수밴드를 제시하는 데 주저했다. 지금같은 상황에선 코스피 지수의 밴드가 의미없다는 설명이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본부장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지수밴드 예측이 의미없다"며 "우리나라 GDP에서 비중이 큰 IT산업의 관련주들 낙폭이 커지는 것은 단순한 시장이 아닌 산업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코스피지수 1800선 정도가 가치투자의 빛을 볼 수 있는 시기라는 데는 중론이 모아졌다.
이채원 부사장은 "1800선을 균형점으로보고 아래를 향하면 매수시기로 봐야한다"며 "단 1900선을 넘기면 주식비중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준철 대표 역시 "1800선 정도면 기업들이 장부가 수준이 되는 시점"이라며 "다만 지수의 단기간 오르고 내림 보다는 지수 수준에 맞는 종목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한진 부사장은 "지금같은 상황에선 종목의 다양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며 "현금성 내수주나 게임주, 미디어주 등 거시경제의 변수에 영향을 적게받는 소비재 등의 종목 비중을 조절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가치투자가들은 이번 폭락 장에서 유통, 미디어, 게임, 식음료, 통신 등 경기에 둔감한 내수주의 비중을 확대하는 대신 자동차, 화학, 정유, 에너지, IT 등 수출주는 덜어내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자동차주에 대해선 기업의 모멘텀이 존재하는 만큼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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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