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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고민 “애플·소니는 동맹인가, 적인가”

기사입력 : 2011년04월19일 11:05

최종수정 : 2011년04월19일 11:11

- 최대 라이벌? 최대 고객사? 딜레마

[뉴스핌=박영국 기자] 애플·소니와의 관계 정립을 놓고 삼성전자가 딜레마에 빠졌다.

모바일과 TV·가전 분야에서 최대 라이벌이자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최대 고객인 애플 및 소니와의 관계 설정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에 대해 스마트폰·태블릿 분야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소니는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와의 ‘밀월’을 추진 중이다.

특히, 애플은 삼성전자와 오랜 기간 ‘애증의 관계’를 이어왔다.

삼성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를 꿈꾸며 노키아를 맹추격할 때 이(異)업종인 PC 시장에서 넘어와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키며 뒤통수를 친 게 바로 애플이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앞세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시장에 대응할 때도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나오자 마자 사라질 것”이라느니, “카피캣(Copycat, 흉내쟁이)”이라느니 하는 독설로 삼성전자의 자존심을 긁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굴욕을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A4칩 공급사가 바로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저장메모리용 플래시반도체도 삼성전자가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애플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무려 6조1천852억원으로, 반도체부문 연간 매출의 7분의 1에 달한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를 폄하하는 애플에 공개적으로 대응해 달라”는 한 주주의 요청에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애플은 우리의 중요 거래선이고, 거래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주주들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당시 최 부회장의 발언은 애플을 대하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니 역시 삼성전자와는 미묘한 관계다. CRT(브라운관) 시대부터 LCD 시대 초기까지 세계 TV 시장에서 제왕으로 군림하던 소니가 왕좌에서 밀려난 것은 바로 한때 자사 제품을 모방하며 성장해온 삼성전자 때문이다. 근년 들어서는 LCD TV 시장에서 LG전자에게까지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감정을 쉽게 외부로 표출하지 않는 일본인의 특성상 스티브 잡스와 같은 돌출 발언은 없었지만, 삼성이 한창 소니를 추격하던 시절 소니 내부에서는 ‘카피켓’이라는 말이 돌았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CD TV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패널 공급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양사가 합작으로 LCD 제조사인 S-LCD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소니가 최대 기업 고객이다. 지난해 소니가 삼성전자에 지급한 금액은 6조8천37억원으로, 애플의 지급액을 상회한다.

모바일과 TV·가전 등 완제품사업과 반도체, LCD 등 부품사업을 양대 축으로 세계적인 종합 전자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고객사이자 경쟁사’인 애플·소니와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이끌어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8일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 4G, 애픽4G, 넥서스S와 터치스크린 태블릿 PC 갤럭시 탭이 자사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거래선이라 최대한 보호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한 부분을 찾아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대해 제기한 소송이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디자인 측면이었다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일 가능성이 크다.

‘LCD 동맹’ 소니와의 관계 역시 휘청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LCD부문의 최대 라이벌인 LG디스플레이와 소니가 FPR(필름패턴편광안경방식) 3D 패널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인 것.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니는 이미 삼성전자로부터만 패널을 공급받는 전략을 포기했고, 우리 쪽과도 문호 개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지 오래 됐다”며, “FPR이 좋은 제품이고 대세로 자리 잡는다면 소니가 배제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도 “소니와 FPR 패널 공급 논의가 진행 중이며, 연내에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세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소니도 부품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삼성전자 외에 여러 업체들로부터 패널을 공급받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와 FPR 패널 공급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3D 기술의 우위를 놓고 삼성 진영의 SG(셔터글라스)방식과 LG 진영의 FPR 방식이 대립각을 세워 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SG 진영이 규모 면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와 소니라는 대형 세트업체들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소니가 이탈하거나 ‘양다리’를 걸칠 경우 무게 중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품 분야 1,2위 고객인 애플·소니와의 마찰을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내놓을 해법은 무엇인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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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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