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내은행의 대출에 비합리적 쏠림현상이 심각하며 이는 여신부실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의돼 온 금융기관 거시건전성 강화의 필요성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산업은행 산하 산은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은행대출의 군집행위(herd behavior)에 대한 실증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은 타은행의 대출행태를 따라하는 경향이 높으며 이러한 대출의 쏠림현상이 비합리적 판단에 의해 발생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런 상황은 경제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바뀌는 경우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한 금융감독원의 산업별 대출 자료를 이용, 비합리적 쏠림현상이 여신부실에 영향을 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영향은 산업별로 약간 상이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제조업의 경우 쏠림현상이 일어난 이후 불과 2~3분기 이후 부실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농림어업 등에서는 4~6분기의 시차를 두고 부실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소는 이러한 쏠림현상이 장기적으로 집단실패(collective failure)의 효과를 초래, 개별은행들의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쏠림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부정보의 활용 및 정확한 리스크 평가에 기반한 대출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제안했다.
개별기업뿐만 아니라 업종별 경기 동향 및 전망까지 감안한 면밀한 여신심사를 통해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들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은경제연구소의 박용하 경제조사팀장은 “은행간 차별성 없이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것은 국가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의 업무 영역을 유지하면서 컨설팅이나 교차판매, 브랜드 마케팅, 지주회사 체제내에서 비은행부문 강화 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은행의 사업모델이 지나치게 예대마진차를 누리는 똑같은 사업모델을 갖고 있어 차별화가 어려우며 이전보다 덩치는 커졌지만 2008년 이래 수익성이 약화되면서 부실리크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난 김동원 현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전날 명동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과 경기대 부설 한국산업경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글로벌 금융환경의 변화와 한국형 금융발전모델의 모색"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한국 시중은행들의 사업모델은 붕어빵처럼 똑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동원 이사는 "국내 은행산업은 취약한 지배구조와 단기성과를 중시함에 따라 과당경쟁과 수익성 악화가 나타나는 등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또 내부 리스크 관리 역량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위기 이후 숨을 돌리면서 자생적 역량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