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세계 최강' 안세영이 다시 코트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세영(삼성생명)이 베테랑 오쿠하라 노조미(일본)를 완파하며 말레이시아오픈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월드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오픈 여자단식 16강전에서 세계랭킹 30위 오쿠하라를 2-0(21-17, 21-7)으로 제압했다. 경기 시간은 단 37분에 불과했다. 체력과 기술, 경기 운영까지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의 경기력이었다.

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8강 무대에 안착했다. 당초 8강에서는 세계랭킹 5위 한웨(중국)와의 맞대결이 유력했으나, 한웨가 16강에서 기권하면서 세계 26위 리네 회이마르크 키에르스펠트(덴마크)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말레이시아오픈은 안세영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무대다. 그는 2024년과 2025년 대회에서 연속으로 정상에 오르며 이 대회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경우, 말레이시아오픈 3연패라는 대기록을 완성하게 된다.
이번 승리는 앞선 경기와 비교하면 더욱 의미가 깊다. 안세영은 지난 6일 열린 32강전에서 미셸 리(캐나다)를 상대로 1세트를 먼저 내주며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 접전 끝에 2-1 역전승을 거뒀지만, 경기 시간만 1시간 15분이 소요될 정도로 체력 소모가 컸고 경기 내용도 쉽지 않았다. 자칫하면 대회 초반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태로운 경기였다.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코트에 선 안세영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시즌 내내 상대를 압도하던 특유의 경기력이 되살아난 듯했다. 스피드와 수비 범위, 그리고 상대를 질식시키는 랠리 운영까지 '안세영다운' 배드민턴이 펼쳐졌다.
비록 현재 세계랭킹은 예전만 못하지만, 상대였던 오쿠하라 역시 결코 만만한 선수는 아니다. 오쿠하라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일본 배드민턴의 상징적인 선수다. 경험과 노련함에서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실제 경기 초반 안세영은 다소 고전했다. 1세트 중반 한때 5-8까지 끌려가며 흐름을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벌 이후 안세영은 빠르게 경기 양상을 바꿨다. 코트 구석을 찌르는 정확한 샷과 긴 랠리로 오쿠하라의 체력을 서서히 소진시켰다. 점차 움직임이 둔해진 오쿠하라를 상대로 안세영은 집요하게 공략했고, 결국 15-15 동점을 만든 뒤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며 1세트를 따냈다.
승부는 2세트에서 사실상 갈렸다. 1세트에서 많은 체력을 소비한 오쿠하라는 눈에 띄게 움직임이 떨어졌고, 안세영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초반 몇 점을 내줬지만, 이후 무려 11점을 연속으로 따내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며 순식간에 격차를 벌렸다. 이후에도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장악한 안세영은 여유 있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믿기 힘든 질주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열린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석권하며 한 시즌 11회 우승을 기록, 2019년 일본의 모모타 겐토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기에 73승 4패, 승률 94.8%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남기며 배드민턴 역사상 단일 시즌 최고 승률 기록까지 새로 썼다. 누적 상금 역시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말레이시아오픈을 시작으로 13일 개막하는 인도오픈 출전도 확정한 안세영은, 자신이 세운 각종 대기록을 다시 한 번 넘어설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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