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광복 직후 조선공산당의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1200만원의 위조지폐를 찍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독립운동가 학암 고(故) 이관술 선생이 79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는 22일 이 선생의 통화위조 등 혐의 재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지난 2023년 7월 이 선생의 외손녀가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해 2년 5개월 후 지난 10월 13일 법원은 재심 진행을 결정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험난하고 지난한 과정이었을 텐데 판결 절차까지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 준 청구인과 변호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심심한 감사 인사를 드린다. 검찰 측에도 감사 인사드린다"라며 "이 판결이 이관술 선생과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희망한다"라고 했다.
조선정판사 지폐위조 사건은 이 선생 등 조선공산당 핵심 간부가 1945년 10월 20일부터 6회에 걸쳐 200만원씩 총 1200만원의 위조지폐를 발행했다는 게 골자다. 이 선생은 이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돼 1946년 11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6·25 전쟁 중인 1950년 7월 처형됐다.
앞서 지난 15일 검찰은 재심 공판에서 이 선생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 측은 "판결문과 현존하는 일부 재판 기록, 당시 언론 기사, 연구 서적 등을 종합해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라 무죄를 구형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이 유죄 증거로 제시한 증거 중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의 자백 진술 등은 모두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자백 진술 등은 모두 경찰의 위법적인 인신구속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위법수집증거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제삼자의 증거 및 압수물에 대해서는 내용조차 확인이 되지 않아 유죄로서 독자적인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시는 헌법 제정 전이고 인신 구속 제도 및 현행 형사소송법과 같은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라면서도 "미 군정기에도 형사절차 법령으로 '조선 형사령'이 존재했고, 사법경찰 유치기관을 명시적으로 10일에 한정했다"라고 했다.
미 군정기에도 법질서에 규범적으로 형성된 상태였음에도 경찰이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구속 및 수사를 이어 나갔다는 설명이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법정을 가득 채운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재판 직후 학암 이관술 기념사업회는 "무죄를 선고한 데 벅찬 마음으로 환영한다"라며 "오랜 세월 억눌려 왔던 정의가 마침내 역사 앞에 바로 섰다"라고 밝혔다.
100wins@newspim.com












